[FETV=권지현 기자] K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 수장의 연임을 시작으로 금융지주 연말 인사 막이 올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은행들은 당초보다 인사를 빠르게 진행,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다음 달 중순께 임직원 인사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은행은 제한적인 고금리 효과로 수익성이 둔화하고, 비은행은 조달비용 부담이 큰 소비자금융업을 중심으로 순익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연초에 인력 재정비를 완료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형 금융지주의 '인력 활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관심은 '부회장'이다. 부회장 자리는 지주 소속인 사업그룹별 최고책임자를 뜻하는 부문장·부사장보다 한 단계 높은 '권한'으로, 이전에는 이들을 통한 경영관리 효율화를 꾀했다면 이제는 부회장을 '차기 대권 후보'로 육성하는 것에 좀 더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부회장직 신설·유지는 '고차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지주 회장의 남은 임기와 연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차기 회장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하는 데다 부회장에게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지 못하면 외려 의사결정, 사업진행 등에 있어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부회장직을 두지 않은 곳은 신한·우리금융 두 곳이다. 이에 올해 연말 인사에서 두 금융지주가 부회장을 새로 세울 지 주목된다. 실제 신한금융은 연말 인사를 앞둔 지난해 11월,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내정된 이후인 지난 2월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한 바 있다.
다만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올해 초 주요 계열사인 은행·카드·생명보험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선임돼 내년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을 세울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통상 금융지주 부회장직은 은행, 증권·보험사 수장들이 맡아왔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임기 3년 중 이제 막 1년을 채워가는 시점에서 후계를 염두에 둔 부회장직을 굳이 만들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진 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혁신의 DNA를 지켜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 데다, 임 회장 역시 취임사에서 "인사 평가와 연수 제도, 내부통제, 사무처리 과정, 경영승계 절차 등 조직에 부족한 점이 있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며 경영승계 절차 등에 과감한 혁신을 약속한 바 있어 두 금융지주 인사에 '한 수'가 있을지 여전히 귀추가 모인다.
KB금융은 현재 부회장직이 공석이다. 양종희·허인·이동철 3명의 부회장이 윤종규 전 회장과 경영 합을 맞춰왔으나 양종희 부회장이 지난달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허·이 부회장이 물러나게 됐다. KB금융은 부회장직 유지와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1년 더 은행을 이끌게 되면서 부회장 직제 '잠정 보류'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KB금융이 이달 인사에서 부회장 자리를 채우기로 한다면 임기가 곧 만료되는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이창권 KB카드 사장이 낙점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부회장 3인이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이은형 부회장(글로벌·ESG·브랜드부문)과 박성호 부회장(미래성장전략·그룹전략·디지털부문)은 지난해 연말 각각 하나증권 사장, 하나은행장에서 물러나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강성묵 부회장(개인금융·자산관리·CIB·지원부문)은 하나증권 사장과 그룹 부회장을 겸직하게 됐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 부회장직은 지난해 연말 인사 당시 금융당국이 이 자리를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지으면서 '고려할 만한 후계 양성 체계'로 여겨졌으나 내부에서는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자리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자산 700조원 안팎을 굴리는 금융지주가 부회장직을 둔다는 것은 그만큼 지주에 힘이 더 실린다는 뜻이기도 해서 선임되는 이들에게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