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창수 기자] 엔비디아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매출액, 영업이익 등 모든 부문에서 TSMC, 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를 따돌렸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 공급 물량 확대하는 데 발맞춰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3분기 기준 매출액 181억2000만 달러(한화 약 23조6000억 원), 영업이익 104억2000만 달러(약 13조6000억 원), 순이익 주당 4.02달러(약 5255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59억3100만 달러)대비 206% 크게 올랐는데 이중 대부분이 데이터센터용 AI 칩 판매에서 나왔다.
같은 기간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 매출액은 172억 8000만 달러(약 22조6000억 원), 영업이익은 72억1000만 달러(약 9조 4200억 원)를 달성했다. 인텔의 경우 3분기 매출액 141억6000만 달러(약 18조5100억 원)를 올렸으나 800만 달러(약 10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엔비디아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자로 꼽히는 TSMC와 인텔을 가뿐히 제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의 가파른 성장세는 일반 컴퓨팅에서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 위주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생성형 AI 시대가 이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오는 2027년까지 AI 서버 시장이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서버가 기존 학습 중심 분야에서 추론 영역으로 대폭 확장이 예상되면서다. 이는 일반 서버 성장률(10%)을 3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내년부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생성형 AI 핵심인 HBM3을 공급키로 하면서 부진했던 반도체 사업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HBM3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의 ‘독점’ 구조를 깰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한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HBM3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AMD와도 HBM3 공급 계약을 맺었으나 시장에서 AMD 점유율이 적어 공급량은 많지 않았다. 반면 엔비디아는 GPU 시장에서 약 80% 몫을 차지하는 업계 1위다. 엔비디아향(向) HBM3 공급망이 자리잡을 경우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반도체) 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AMD 등 GPU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년 초고성능 D램 ‘HBM3E' 공급도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부터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 공급부터 GPU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턴키(Turn-key·일괄 생산)’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내년 2분기 D램 사업에서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낸 뒤 3분기에는 13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내년 연간 D램 매출은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던 지난 2021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HBM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 유지 차원에서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며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해 주요 고객사들과 공급 협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