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지브 찬드라세카르 링크드인]](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146/art_16998352598131_f7d2f2.jpg)
[FETV=김창수 기자] ‘세계 인구 1위’ 신흥대국으로 떠오른 인도가 삼성전자에 적극적인 투자 요청을 하고 나섰다. 인도는 미-중간 분쟁을 틈타 AMD·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사들의 생산 기지를 유치하며 ‘반도체 허브’ 꿈을 키워 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낮은 시장성과 인프라 부족을 들어 인도 대규모 투자보단 국내 공장에 집중해야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지브 찬드라세카르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은 뉴델리에서 박종범 삼성전자 서남아 총괄(부사장)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현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대외협력팀장(상무), 라지브 아가르왈 상무가 동석했다.
찬드라세카르 장관은 “우리는 기술 생태계에서 열려 있는 기회에 대해 논의했다”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및 소비재 분야에서 (인도 내) 이미 상당한 입지를 확보 중인 것 외에도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권했다”고 밝혔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신흥 IT 강국 인도가 ‘글로벌 반도체 허브’ 구축에 속도를 내며 미국, 대만 등지의 반도체 기업들도 잇달아 인도로 향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성장 저지를 위해 거액의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나선 가운데 유럽, 일본에 이어 인도까지 ‘반도체 전쟁’에 참전하는 양상이다.
미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MD는 올해 인도 벵갈루루에 4억 달러(약 52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실리콘밸리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AMD는 개인용 컴퓨터부터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이다. 인도에는 대규모 반도체 디자인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AMD에 앞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 마이크론, 장비 전문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마이크로테크놀로지 등 다른 미국 기업들도 인도 신규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밝혔다. 마이크론은 인도 구자라트에 8억 2500만 달러(약 1조 900억원)를 들여 D램 및 낸드플래시 테스트 시설을 건립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벵갈루루에 4억 달러 규모 엔지니어링센터를 짓는다.
애플 최대 협력사 대만 폭스콘도 인도 내 반도체 시설 조성을 위해 5년간 20억 달러(약 2조 6000억원)를 투자하는 등 인도 현지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15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총리실에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146/art_16998353086739_537022.jpg)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경우 인도 정부 측으로부터 투자 요청을 받고 있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양사는 현재로선 경기도 용인에 조성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내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에는 아직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대규모 생산 시설을 구축할 정도의 인프라가 조성되지 않았다”며 “현지 시장과 국내 기업 간 서로 목표하는 메모리 공정 차이가 커 시장성도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형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 연구위원(인도·남아시아 담당)은 “최근 인도가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 성숙기까지 접어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반도체 중에서도 미세 공정 작업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가전제품, 자동차용 수요가 많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당장 인도 투자를 감행하기엔 위험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