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최명진 기자] 글로벌 게임 개발 엔진 개발사 '유니티'가 게임 다운로드 횟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요금 체계를 열흘 만에 철회, 개선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개선한 요금 체계 또한 국내외 게임사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런타임 요금제를 인디, 중·소형 개발사에게는 미적용한다고 밝혔지만 포기하지 않은 탓에 인디개발사부터 대형 게임사까지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많은 게임사들이 개발 엔진을 갈아타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대형 게임사는 자체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유니티는 게임 설치 횟수와 개발자가 구독한 요금제에 따라 건당 1센트부터 많게는 20센트까지 요금을 부과하는 런타임 수수료 정책을 발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유니티는 발표 열흘 만에 소통 없이 이뤄진 발표에 대한 사과와 함께 개편안을 발표했다.
먼저 인디 게임 개발자와 중·소형 개발사 대상 요금제에는 런타임 방식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 무료 이용 기준을 연 매출 10만 달러에서 20만 달러로 올리고, 지난 12개월 동안 매출이 100만 달러 미만인 게임에는 ‘런타임 요금’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기업용인 ‘유니티 프로’와 ‘유니티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의 경우에는 설치 횟수에 비례한 요금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개발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추가했다. 유니티는 매월 매출의 2.5% 수익 배분, 혹은 신규 설치 이용자 수 기반의 금액 중 더 적은 금액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개선된 요금제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판매량이 늘어나면 구독료 외에도 유니티에 수수료를 지급하게 되는 대전제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센 반발에 유니티가 크게 한발 물러섰지만 일부 개발자의 마음속에는 유니티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디게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번처럼 또 요금제를 인상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개발자들은 유니티 이외의 다른 엔진으로 노선을 변경한다는 의견을 냈으며, 한국 모바일게임산업협회도 개발 툴을 바꾸겠다는 개발사가 많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런타임 요금제가 적용될 대형 개발사들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반발이 여전하다. 또 다른 개발 툴인 언리얼은 매출과 비례한 로열티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유니티는 왜 복잡한 정책을 고수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특히 설치 횟수를 카운트하는 방식은 정확한 설치 횟수 체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악의적인 다운로드 반복으로 과도한 요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유니티는 다운로드 횟수 체크에 대해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매월 게임 다운로드 수를 집계하는 ‘셀프 보고’ 형식으로 바꿨다.
유니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게임업계 전반에서는 개발 엔진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 이미 대형 게임사들은 많은 게임을 유니티가 아닌 언리얼로 개발중이다. 일례로 넥슨의 마비노기는 자체 엔진인 플레이오네 엔진에서 언리얼로의 교체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엔진을 통해 타사 엔진의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펄어비스는 자체 개발 엔진 블랙스페이스를 사용해 차기작인 붉은사막과 도깨비를 개발하고 있으며, 엑스엘게임즈 또한 자체 게임 엔진인 엑스엘프로토타입을 사용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엔진의 경우 다양한 장르에 대한 활용도는 높지만 맞춤형 작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자체 엔진을 통해 외부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게임 개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특히 타사의 엔진은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