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최대 순익에도 '외화 빚' 급증...1년새 13조 늘어

등록 2023.06.07 10:12:20 수정 2023.06.07 14:15:03

평균잔액 50조 육박 '사상 최대'...1년 새 36% 증가
수요 확대에 달러 확보 '안간힘'...이자부담 등 '숙제'

 

[FETV=권지현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외부에서 빌린 외화 차입금이 1년 새 13조원 넘게 불면서 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무역적자 기조 장기화 등 국내외 금융환경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달러 유동성 확보를 통해 위험 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대형 은행들의 외화 빚 급증은 같은 기간 이들이 거둔 역대급 당기순이익과 비교된다. 자체 이익만으로는 운영 자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외화 차입금이 늘어날수록 재무 비용과 환율 관리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어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은 올해 3월 말 기준 외화 차입금 평균 잔액 49조1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35조9585억원)보다 36.3%(13조575억원) 증가한 것으로 평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12월 말 48조7753억원이던 외화 차입금은 3개월 만에 2400억원 이상 늘어 50조원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외화 차입금 평균 잔액이 10조2600억원으로 1년 전(6조2155억원)보다 65.1%(4조445억원) 급증하며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9조7071억원, 우리은행 10조5946억원으로 각각 37.5%(2조6455억원)와 34.5%(2조7208억원) 늘었다. 국민은행은 24.6%(3조6467억원) 증가한 18조454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평균 3조원 이상 늘어난 4대 은행의 외화 빚은 이들이 올 1분기 역대급 순익을 거둔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이목을 끈다. 4대 은행은 영업이익 확대 덕분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6%(4702억원) 늘어난 3조6967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대형 은행들이 고금리 시기에 이전보다 비싼 이자를 내면서까지 외화를 쌓는 것은 고환율 때문이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외에서 거래하는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늘었고 이는 은행들에 외화 공급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말 원·달러 환율은 1310.0원으로 1년 전(1213.5)보다 8%가량 올랐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해 1442.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금리차가 벌어져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도 은행들이 외화 차입을 늘리는 배경이 됐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00∼5.25%로, 3.50%인 한국을 최대 1.75%포인트 웃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로 국내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도 은행권의 움직임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월 무역수지는 작년 3월 이후 15개월 연속 적자다. 1995년 1월∼1997년 5월 29개월 연속으로 무역적자가 난 이후로 27년 만에 가장 긴 연속 무역적자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금융 환경이 역으로 은행들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가 지속되고 무역적자가 더 쌓이면 지금과 같은 역대급 외화 빚은 은행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기에 차입금을 가지고 있는 은행들은 이전보다 많은 이자를 갚아야 하고, 환율 상승기에는 환산손실까지 떠안을 수 있다. 여기에 기업들의 외화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 건전성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오히려 달러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란 판단에 외화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경상수지 적자와 해외 투자 손실 확대 등으로 외화 유동성이 악화할 가능성을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지현 기자 jhgwon1@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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