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지 기자] 지난해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실효성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과 중·소 유통업체 등 이른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상생 취지의 법안이다.
하지만 유통업체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같은 취지와 조금 다를 수 있다. 유통 대기업 시각에선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시장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있다 .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대형마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일변도 법안이 바로 정부가 마련한 유통산업발전법이기 때문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은 사실 상당 부분이 유통 대기업의 매장시설이나 영업활동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듯 하다. 예컨데, 복합쇼핑물의 월 2회 의무휴업,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금지, 대형유통업체의 신규 출점 규제 등의 내용이 유통산업발전법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같은내용은 지난달 11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유통법 개정안에 대한 재논의가 진행되면서 다시 이슈가 됐다. 의무휴업일을 월 4회로 확대하고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대상에 백화점, 면세점, 농협하나로마트를 포함하자는 내용이다. 사실상 규제 대상을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서 더 확대한 것.
문제는 골목상권 매력도를 높이는 방안이 아닌 대형 유통업체 ‘규제 강화’ 중심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2010년 11월에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제도가 신설됐고,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500미터 이내에는 대형마트나 SSM 출점이 금지됐다.
이듬해엔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범위가 기존 500미터에서 1킬로미터로 확대됐고, 2012년 들어선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제한(00~08시) 규정이 신설되는등 규제의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형마트를 향한 고강도 규제가 전통시장의 매출성장으로 이어졌는가는 따져봐야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영업규제를 도입한 이후 2015년까지 대형마트 343곳 기존점 매출이 21.1% 감소했고, 전문소매 중소상인의 매출도 덩달아 12.9%가량 줄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선 전통시장 당일 평균 매출액은 2013년 4648만원에서 2016년 4988만원으로 3.7%가량 증가했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0%인 점을 감안하면 전통시장 매출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결국 대형 유통업체 영업규제 이후 전통시장이나 중소 유통업체의 매출상승 효과가 거의 없거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반면 온라인·모바일쇼핑 등 무점포 소매매출은 161.3%, 편의점은 51.7%로 증가하는 등 반대 현상을 보였다. 재래시장이나 중소 유통업체를 살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온라인 유통업체나 편의점의 배만 불린 셈이다.
선진국인 프랑스도 대형마트 규제법을 진행했었다. 유통 산업에 대해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등 유통 규제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기존 유통 규제 법안에서 강조한 대규모 점포 출점 규제가 유통산업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철폐했다.
지난 2008년부터 ‘경제현대화법’을 도입해 상권 활성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유통산업의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유통업체와의 공존을 통해 상권 매력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내일 대형마트 휴무일이라서 과일, 채소 신선식품은 여기서 사고 나머지 과자랑 생필품은 인터넷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려고요.” 지난달 추석 시즌에 이마트 성수점에서 장을 보던 30대 주부가 이같이 말했다.
과거 상권 내 대·중·소 유통간 경쟁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지역상권과 지역외 상권간의 경쟁구도로 바뀌고 있다.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는 소비자들을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쇼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유통 산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취지는 옳다. 하지만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소상공인 보호, 전통시장 소비 활성화, 유통사간 공생 등 유통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로막는 절름발이 법안이다.
유통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월마트, 코스트코, 이케아 등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세계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유통환경은 더욱 그렇다. 우리도 대중소 유통업체간 상생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을 불어 넣는 미래지향적인 유통산업발전법이 필요하다.
이제 유통산업발전법은 국내외 유통시장의 흐름과 변화된 소비 트렌드를 명확히 인식하고 규제 일변도 보다는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중소 유통업체 모두가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상생표 법안으로 다시 태어나야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의 키워드는 바뀌어야한다. 키워드의 중심은 분명 '규제'보다는 '상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