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장민선 기자] 여의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증권가지만 증권사들의 '탈여의도' 행보로 ‘여의도 증권가’란 말도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들 증권사들이 여의도를 떠나는 주된 이유로는 전산시스템이 발달해 더 이상 지리적 위치가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등 IT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면 영업의 중요도가 낮아졌고 주요 기관고객들이 지방 및 강남으로 이전한 것이 이유”라면서 “과거에는 거래소, 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증권 유관기관 및 기존 인프라와 지리적으로 떨어지면 불리한 점이 많았으나, 이들과 같은 곳에 모여 있지 않다는 점이 정보 교류 및 네트워킹에 불리하거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고정 관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여의도) 금융중심지 지원에 대한 정부 정책이 정권에 따라 일관적으로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탈여의도 행보를 보인 증권사들은 명동 인근을 선택했다. 명동 및 광화문 인근, 을지로, 종로 등이 시중은행 본사 및 외국계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 등이 다수 위치해 있어 업무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실제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개별적 이유로 여의도를 떠나 명동으로 다시 이전했다.
처음 여의도에 발을 들였던 대우증권은 지난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면서 미래에셋증권과 자산운용사가 있는 중구 수하동 센터원 빌딩으로 본점을 옮기며 34년 만에 명동으로 되돌아갔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맵스리얼티펀드(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를 만들면서 투자한 건물이 센터원, 판교, 홍콩 등 3개 정도”라며 “맵스리얼티펀드에서 센터원을 5년 전에 지었는데 센터원 빌딩이 완공되면서 여의도 건물을 매각하고 (합병 전에) 이쪽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명동 중앙극장 터에 신사옥을 지으면서 주요 계열 금융사들을 모아 명동으로 옮겼다. 명동 복귀는 32년 만이다.
대신증권 측은 “그룹이 되면서 큰 건물을 알아보던 차에 여의도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명동으로 돌아왔다”라면서 “여러 요인을 따져봤을 때 명동이 좋은 위치라는 회사 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비용 및 운영 차원에서 효율적이라 판단해 지난 2004년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과거 동양 시절 2000년 말 여의도 사옥 매각 후 임차해 사용하다 동양종금과 합병 이후 기존 동양종금 소유의 본사 사옥이었던 현 을지로 사옥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여의도가 아니어도 업무가 가능하다”며 “앞으로 회사 위치 이전 계획이 있는 증권사들의 선택지가 넓어지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여전히 여의도에 남는 증권사도 있겠지만 명동 인근으로 가는 증권사도 추가로 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금융가로서의 여의도는 1979년 명동에 있던 증권거래소를 여의도로 옮기면서 탄생했다. 이후 1982년 대우증권, 1985년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와 투신·운용사들의 본사가 속속 여의도로 모여들었고 이후 증권사들이 잇달아 본사를 옮기며 증권가로서 여의도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