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미국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올해 본격 시행된 가운데 한국과 중국간 배터리 패권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최근 배터리 공장건설을 위해 중국 CATL과 협력 자세를 취하면서 한중 베터리 맞대결은 더욱 가열되는 모습이다.
16일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드가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중국 CATL의 기술을 활용해 미시간주 지역 내 35억 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건설 계획을 밝혔다. CATL에 라이센스(기술료)를 내고 배터리 셀 제작과 관련된 기술을 적용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해당 라이센스는 배터리 셀 제작과 관련된 ‘컨템포러리 엠페렉스 테크놀로지’라는 기술이다.
윌리엄 클래이 포드 회장은 “CATL의 ‘컨템포러리 엠페렉스 테크놀로지’는 전기차를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포드가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데 속도를 높여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국내 배터리와도 활발한 스킨십을 하고 있다. K-배터리 3인방 중 한 곳인 SK온과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중국을 제외한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공급 관련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IRA의 이중성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IRA를 통과시켰다. IRA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나라와 전기차,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과 관련된 소재를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올해 미국 IRA를 본격 시행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K-배터리는 미국과 원활한 관계를 가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포드는 미국 정부가 내세운 IRA를 우회해 중국과의 일정부분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CATL은 미국 현지에 세계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마찬가지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일부 미 전기차 업체가 한국 배터리와 중국 배터리 간 양쪽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배경에는 바로 ‘원가절감’ 때문이다. 즉 원가 부분에서 양쪽의 기술적 장점이 있으면 미 전기차 업체들이 언제든 협력 자세를 취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중국은 현재 가성비를 내세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기차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며 “LFP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 기술”이라고 말했다. 반면 K-배터리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방식의 고부가 배터리를 주력하고 있다. LFP 배터리와 NCM 배터리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NCM 배터리는 한 번 충전 시 주행거리가 LFP 배터리보다 길다. 반면 LFP가 NCM 보다 제조원가가 최대 30%까지 저렴하다.
때문에 테슬라 모델3, 벤츠 등도 저가 모델의 최근 중국 LFP 배터리를 도입하는 추세다. 포드는 직접 NCM과 LFP 배터리 양쪽다 선택하겠다는 구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포드, 테슬라 등 미국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 배터리와 중국 배터리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올해 IRA 본격 시행한 가운데 K-배터리 입장에선 미국 내 저가 전기차 모델에 대한 배터리 공급에선 중국의 고전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