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정유4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 잭팟을 터트린 가운데 정치권이 횡재세를 재점화하고 있다. 이에 정유4사가 횡재세 도입여부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입장이다.
정유4사는 작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인한 고유가 여파로 초대박 성적을 일궜다. 이에 정치권이 최근 에너지대란 속 서민 정서와 부합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횡재세(초과 이득세)를 수면위로 꺼내 들었다.
정치권은 최근 난방비 폭등으로 정유사로부터 횡재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유사들의 초대박 성적에 대해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주장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 논리의 어긋남과 코로나 정점 때 어떠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정유 4사(SK에너지, S-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12조원이 넘는 초대박 흑자를 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작년 상반기 고유가 영향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안정화 단계로 하향되자 정제마진도 코로나 이전인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핵심 이익지표와 직결된다.
정치권은 난방비 폭등과 관련 에너지 혼란 속 정유사들의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를 통해 취약계층에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유4사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가정의 난방 연료별 비중은 액화천연가스(LNG)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LNG를 수입·판매하는 곳은 정유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유4사는 횡재세를 거두는 것은 시장논리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외의 경우 횡재세를 도입하는 나라도 생겼다. 영국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최대석유 업체로는 영국 셸 등이 있다. 영국 셸은 지난해 398억 달러(49조원)가 넘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냈다.
정유업계는 영국, 미국과 한국의 정유사업 구조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은 주로 땅속, 바다 밑에서 퍼 올린 원유를 팔아 큰돈을 벌기 때문이다.
미국 셰브런의 경우 지난해 원유 채굴, 판매로 올린 수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83%에 달한다.
국내의 경우 정유 시장구조가 다르다.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판매, 수익을 올린다. 따라서 해외 석유 메이저 업체와 국내 정유4사의 영업이익률은 차이가 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정유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5%에 그쳤다. 이같은 수치로만 볼 때 횡재세가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재작년 코로나 사태로 정유사들은 2020년 기준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초유의 불황을 경험했다. 그런데 당시 정유사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았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 정치권과 정유4사간의 횡재세 논란은 지속될 예정"이라며 "정유4사들은 시장논리와 공정을 가지고 내세우고 있다는 반면 정치권은 에너지대란과 서민 정서를 강조해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