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올해 제약업계의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피가 섞인 자식에게 경영권 승계와 더불어 미래 신성장동력을 위한 신약 R&D(연구개발)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보령(구 보령제약)은 김승호 회장의 손자인 김정균(37)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최근 중견 제약업체인 대원제약은 백승호 회장의 장남인 백인환(38) 사장에게 경영 바통을 넘겼다. 지난해에는 일동제약과 유유제약 등도 3세에게 경영권을 맡겼다.
최근 3세경영 트렌드가 자리 잡은 이유는 장기적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다. 실무경험과 내부 경영상황을 잘 아는 3세 자식에게 경영권을 일찍 넘겨주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통해 미래 신약 R&D(연구개발)에 속도감 있게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보령은 올해 김정균 사장 체제가 시작했다.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인 김 사장은 30대에 젊은 CEO(최고경영자)답게 우주헬스케어에 꽂혔다. 우주사업 확대를 위해 전문기업인 액시엄 스페이스에 644억원 이상 규모로 지분투자를 할 만큼 우주 헬스케어에 꽂혀있다.
김 사장 취임 후 사명도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바꿨다. 김승호 회장이 김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유는 좀 더 빠른 경영권 승계를 통해 미래 먹거리의 신약, 헬스케어 R&D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미국 유학파 출신이다. 미시간대학교에서 산업공학 학사를 졸업한 뒤 중앙대 사회행정약학 석사를 졸업했다.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를 비롯해 올해 3월 보령 대표로 정식 취임했다.
대원제약도 최근 3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백인환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백 사장은 고(故) 백부현 회장의 장손이자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대원제약은 백 사장 취임 후 전문의약품(ETC)과 해외 사업부를 배치했다. 더불어 마케팅본부 명칭을 헬스케어 사업부로 변경했다. 일반의약품(OTC)과 컨슈머헬스케어(CHC) 사업부를 배치했다.
대원제약의 장점은 60년 넘게 한번도 매출 적자를 낸 적이 없는 경영 성장을 이어왔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매출 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2017년 매출 2500억원 돌파 이후 2배 가량 성장한 셈이다.
백 사장은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상경계열 출신이다.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해외사업부, 신성장추진단, 마케팅본부 등을 이끌었다. 특히 백 사장이 좀 더 빨리 사장으로 취임한 배경은 자사 히트작인 스틱형 감기약 ‘콜대원’도 백 사장의 의사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동제약도 3세경영 신호탄을 알렸다. 고(故) 윤용구 회장의 손자인 윤웅섭(55) 대표도 지난해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일동제약은 최근 매출 상승의 고민이 깊지만 신약개발 열정은 변함이 없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20%를 상회한다.
유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일동제약은 특히 경구용(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에 나섰다. 해당 먹는 코로나 치료제는 일본에서 최종 판매 승인을 받았다. 현재 국내 허가절차 단계를 진행 중이다.
유유제약도 지난해 유원상(48) 체제로 전환했다. 유 사장은 부친인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의 장남이다. 유 회장은 2001~2003년 한국제약협회 이사장을 재직했던 만큼 제약산업 전문가다. 유 회장은 2001~2021년까지 20년간 유유제약 지휘봉을 잡아 진두지휘했다.
유원상 사장은 부친과 같은 학교 동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출신이다. 유 사장은 경영대학원 석사 출신이다. 특히 빅데이터 활용분석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할 만큼 컴퓨터 분석능력이 뛰어나다.
유유제약은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의 동생 유특한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유 사장은 경영권 바통을 넘겨받아 신약 R&D와 해외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탈모치료제에 관심이 깊다. 올해 11월 세계모발학회에 참가했다. 유 사장은 치료제를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에 성공한 뒤 출시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하루빨리 젊고 스마트 한 감각을 가진 자식에게 3세 경영을 물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일부 제약사들이 3세 경영 바통을 넘겨주고 있다”면서 “3세 경영자들은 중점으로 두는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회사로 일군다는 포부를 갖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