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중략) 올해 출시를 앞둔 개인뱅킹 '뉴 앱'(New App)과 종합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에 신한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고객과 시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독보적인 플랫폼을 선보이겠습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 소비자의 비대면 서비스를 향한 눈높이가 달라지면서 '1cm 디지털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권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앱 사용자가 늘수록, 이들이 플랫폼 서비스를 더 많이 살펴볼수록 은행으로선 영업의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 이에 은행은 자신의 뱅킹 앱에 고객을 단 1분이라도 더 머물게 만들고자 전 부서가 앱 개발, 개편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 달 출시를 목표로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의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뉴 앱 프로젝트'로, 신한은행은 작년 10월부터 이 새로운 앱을 준비해왔다. 새 플랫폼의 명칭과 핵심 내용 등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인공지능(AI)과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별 서비스가 활성화된 만큼 사용자환경(UI), 사용자경험(UX)이 대폭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신한은행이 모바일 플랫폼을 새로 내놓는 것은 지난 2018년 2월 쏠(SOL)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 '신한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모으고 있다', '독보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지칭,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작업을 언급하며 기대감과 자신감을 한껏 드러낸 바 있다. 신한은행은 새로운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소비자의 욕구를 최대한 파악하고자 개발 단계에서부터 예금, 대출, 자산관리 실무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0월 중순경 새로운 앱이 출시될 것"이라며 "실제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고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며,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 편의성을 중점에 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약 5년 만에 새로운 앱을 내놓는 것은 이미 격화될 대로 격화된 '뱅킹 앱 대전'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새로운 동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영토에서도 '리딩뱅크'로 거듭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국민은행과 1등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국민은행에 한참 못 미친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신한 쏠의 MAU는 888만명으로 국민은행 KB스타뱅킹(1131만명)보다 240만여명 더 적다. NH스마트뱅킹(829만명)이 신한을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우리WON뱅킹(652만명)과 하나원큐(516만명)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지만 성장세가 매섭다.
신한은행의 이번 참전으로 은행권 플랫폼 힘겨루기는 더 불꽃 튀길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목표를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제시, 디지털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한창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은행도 행장이 나섰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진 행장이 '뉴 앱'을 언급한 다음 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KB스타뱅킹 등 KB의 플랫폼이 고객의 일상생활을 아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조직도 정비했다. 국민은행은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플랫폼본부, 고객경험디자인센터, 디지털콘텐츠센터 등 3개 부서를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원큐에 은행권 처음으로 환율 전망과 금융시장 동향을 알려주는 'AI뱅커'를 도입, 자산 관리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 한 곳에서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은행원이 설명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구현하기 위해 입모양, 표정, 행동 등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황보현우 하나은행 데이터&제휴투자본부 본부장은 이 서비스를 가리키며 "대고객 업무 채널이 점차 비대면으로 이동하면서 모바일 채널에서의 차별화된 손님 경험 제공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그룹 내 증권사가 없어 그동안 주식 관련 서비스에 제약이 있었던 우리은행은 최근 이를 보완했다. 지난달 증권사와의 제휴를 통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없이도 우리WON뱅킹에서 손쉽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농협은행은 '보험'을 넣었다. 은행권 처음으로 '방카 모바일보험 선물하기'를 오픈, 뱅킹 앱에서 받는 이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보험을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모바일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디지털 부서가 전담해서 고민을 했다면 이제는 은행 전 부서에서 한두 명씩 모아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는 추세"라며 "그만큼 비대면 서비스의 양과 질을 바라보는 고객의 눈이 정교해지고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