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본사.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937/art_16630269361072_511cb0.jpg)
[FETV=장기영 기자] “하반기는 폭우, 폭설 등 자연재해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가중에 따라 자동차보험 손익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8월 11일 삼성화재 ‘2022년 상반기 경영실적 설명회’)
“도로교통법 개정 등 최근의 법규 환경 강화로 인한 사고율 하락 추세 등을 감안 시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9월 5일 금융감독원 ‘2022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및 향후 감독방향’)
손해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이 불과 한 달여 간격을 두고 발표한 올해 하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전망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같이 엇갈린 전망은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로 이어졌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영업흑자가 사상 최대라는 점을 강조하며 노골적인 보험료 인하 압박에 나섰다. 반면, 손보사들은 상반기 이미 한 차례 보험료를 낮췄고, 하반기 손해율 상승이 우려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5일 금감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및 감독방향’을 발표하자,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통지서’가 날아들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자동차보험 시장 현황과 사업실적을 세세하게 분석하면서 손해율은 ‘최저’, 영업이익은 ‘최대’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1%로 2017년 동기 77.8%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이고, 영업손익은 6264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최대라는 자세한 설명을 붙였다.
하지만 금감원이 해당 보도자료를 통해 진짜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따로 있었다. 실적이 좋으니 보험료를 낮추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보도자료 마지막 부분인 사업실적에 대한 평가와 향후 감독방향에서 “양호한 영업실적 시현, 자동차 사고 감소를 위한 범정부적 대책 추진 등 손해율 안정화 여건이 조성된 만큼 손보사의 보험료 인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해율 등 영업실적에 부합하는 보험료 조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하반기 손해율 안정화 전망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로 인한 손보사들의 손해액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총 피해액 1416억원 중 재보험사의 보상액을 제외한 손보사의 실제 손해액은 약 400억원(28.2%)이며, 이로 인한 손해율 상승 효과는 연간 기준 0.2%포인트에 불과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 손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특정 사례와 수치까지 자세히 제시해가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을 분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애초 작성 목적 자체가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대형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이.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937/art_16630269303648_db37f4.jpg)
금감원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 손보업계 내부에서는 섣부른 예단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전통적인 손해율 상승기인 하반기 손해율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여름 휴가철에서 가을 행락철로 이어지는 하반기는 차량 이동량이 증가해 사고가 늘어나는 시기다. 뒤이어 겨울에는 추위와 폭설로 도로가 얼어붙어 자동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와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율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손보업계 1위사 삼성화재는 금감원의 발표보다 한 달여 앞서 하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대한 우려를 공식화했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전략팀장 김일평 상무는 지난달 11일 ‘2022년 상반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론에 대한 질문에 “4월에 보험료를 인하한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하반기 손익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지금 시점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답했다.
김 상무는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은 어느 때보다 큰 불확실성이 펼쳐지고 있다”며 “과거 트렌드상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손해율이 상승한다”고 강조했다.
손보사들은 올해 상반기 이미 자동차보험료를 한 차례 인하한 만큼,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삼성화재를 비롯한 주요 손보사는 지난 4월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1.2~1.4% 인하한 바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각 1.2%,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각 1.3%, KB손보는 1.4%를 인하했다.
금감원의 전망대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 추세가 지속되더라도 보험료 인하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손해율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손보사들 입장에서도 더 이상 보험료 인하를 미룰 명분이 없어진다.
이 경우 보험료 인하 시기는 보험사들이 올해 연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포함한 결산 영업실적을 발표하는 내년 1~2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고금리, 고물가 지속으로 서민경제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범정부의 차원 물가 안정 대책 마련과 시행 계획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최소 1년치 누적 손해율을 보고 결정하는 만큼 상반기 손해율이 개선됐다고 당장 보험료를 인하하기는 어렵다”며 “하반기 손해율 추이에 따라 보험료 인하 여부와 시기,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나 인상 억제에 영향을 미쳐온 선거 이슈는 없지만, 정부 차원에서 물가 잡기에 자동차보험을 동원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