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중국법인 주주 변경 현황. [자료 한화생명]](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835/art_1661730761157_3c07e0.jpg)
[FETV=장기영 기자] 중국 보험시장에서 독자생존에 한계를 느낀 국내 보험사들이 잇따라 현지 주요 기업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를 2대 주주를 맞은데 이어 한화생명은 지방정부 산하 국영 금융사와 손을 잡았다.
합작사 전환이나 추가 합작을 통해 진용을 재정비한 보험사들은 현지 기업들의 영업망과 자본, 기술, 인프라를 활용해 만리장성을 넘는다는 계획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중국법인 중한인수보험은 창싱금융지주, 원저우금융지주, 원저우교통, 원저우전력, 궈타이쥔안증권 등 5개 현지 기업으로부터 합자(合資) 투자를 받았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이사회에 이 같은 내용의 중국법인 신규 주주 영입 내용을 보고한 바 있다.
새로운 주주들이 합류하면서 한화생명 중국법인은 설립 10년만에 2개 주주에서 7개 주주 체제로 재편됐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2년 저장동방금융지주의 모회사인 저장성 국제무역그룹과 지분 각 50%를 출자해 중국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변경된 중국법인 지분율은 저장동방금융지주 33.33%, 한화생명 24.99%, 창싱금융지주 20.23%, 원저우금융지주 5.52%, 원저우교통·원저우전력 각 5.49%, 궈타이쥔안증권 4.95%다.
창싱금융지주는 중국 저장성 재정국 산하 기업이다. 원저우금융지주와 원저우교통, 원저우전력은 원저우시 시정부 산하 국영기업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신규 주주들은 모두 중국 내에서 탄탄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입지를 다진 기업”이라며 “현지 주력 판매채널인 개인 설계사 조직을 계속 확대하면서 신규 주주들의 재원을 활용한 채널 확장,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미래 성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을 비롯한 중국 진출 보험사들은 독자적인 시장 공략에 한계를 느끼고 잇따라 현지 기업들과의 합작 또는 합자를 추진해왔다. 생명보험사들은 자본과 영업망을 갖춘 금융사, 손해보험사들은 기술과 플랫폼을 갖춘 정보기술(IT) 기업과 손을 잡았다.
삼성화재 중국법인 삼성재산보험은 이달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합작법인 전환을 위한 주주 변경 및 증자를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삼성화재가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중국법인은 17년만에 합작법인으로 전환한다.
삼성화재는 2020년 11월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을 목표로 텐센트 등 5개 중국 기업과 3200억원 규모의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투자자 변경 과정을 거쳐 1년 9개월여만에 합작법인 전환 준비를 마쳤다.
합작법인 지분율은 삼성화재 37%, 텐센트 32%, 맴배트·위싱과학기술회사 각 11.5%, 안후이궈하이투자·보위펀드 각 4%다.
2대 주주인 텐센트는 중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을 운영하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다. 맴배트는 대형 쇼핑몰 등을 개발하는 부동산개발회사이며, 위싱과학기술회사는 환경보호 하이테크 기업이다.
삼성화재는 합작법인 출범 이후 합작사들의 플랫폼을 활용해 현지인을 대상으로 개인보험을 판매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텐센트의 12억명에 달하는 고객과 IT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 개인보험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다른 손보사인 현대해상 중국법인 현대재산보험도 4개 중국 기업을 새로운 주주로 맞아 합작법인으로 전환했다.
현대해상은 2020년 4월 레전드홀딩스, 디디추싱, 역상디지털, 홍삼요성과 1910억원(11억2000만위안) 규모의 현대재산보험 합자를 완료했다. 지분율은 현대해상 33%, 레전드홀딩스·디디추싱 각 32%, 역상디지털·홍삼요성 각 1.5%다.
레전드홀딩스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 PC 제조업체 레노버를 자회사로 둔 중국 대표 IT기업이다. 디디추싱은 중국 현지 차량공유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니콘기업이다.
삼성생명 중국법인은 지난 2015년 중국은행이 새로운 최대주주가 되면서 중항삼성인수보험에서 중은삼성인수보험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현재 삼성생명 중국법인의 지분율은 중국은행 51%, 삼성생명 25%, 중국항공그룹 24%다.
삼성생명은 현지 4대 은행인 중국은행의 영업망을 활용해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 중국법인 당기순손익 추이. [자료 각 사 반기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835/art_16617307528267_89ae27.jpg)
국내 보험사들이 이 같이 현지 기업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데에는 외자계 기업에 배타적인 중국 보험시장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과거 외자계 생보사의 독자법인 설립을 막고, 외자계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책임(강제)보험 판매를 제한하는 등 높은 진입장벽을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미중 갈등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면서 시장 공략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국내 보험사들은 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이나 소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중국 기업의 자본과 기술, 인프라를 활용한 현지인 대상 영업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 필요성은 새로운 주주 영입 필요성을 높였다.
국내 보험사의 중국법인은 올 들어 실적이 악화하거나 답보 상태에 빠졌으나, 중국 보험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화생명 중국법인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96억원 대비 손실이 2배 이상 확대됐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 중국법인의 당기순손익은 57억원 이익에서 302억원 손실로 전환했다.
삼성화재 중국법인의 당기순이익은 103억원에서 143억원으로 40억원(38.8%)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 보험시장은 2020년 기준 수입보험료 4조위안(약 687조원) 규모의 세계 2위 시장으로 성장했으나, 이는 미국 보험시장의 40% 수준에 불과하다”며 “보험침투율이나 보험밀도 또한 세계 평균치의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여전히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빠른 경제 발전 속도만큼 1인당 국내총쟁산(GDP)와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있다”며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소비력을 갖춘 35~54세 연령층의 생명보험, 양로 및 의료 서비스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