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도 울지도 못하고…폭우 피해에 손보사 ‘표정관리’

등록 2022.08.18 09:00:04 수정 2022.08.18 09:04:00

차량 침수 피해 속 최대 실적 발표
12개 손보사 추정 손해액 1620억원
5대 손보사 상반기 순익 40% 증가
하반기 車보험료 인하론 약화 효과

 

[FETV=장기영 기자]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대규모 차량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역대급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손해보험사들이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여름 휴가철 차량 이동량 증가와 침수 피해로 3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상반기 손해율 하락에 따른 보험료 인하 여론이 약화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1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7일 오전 10시까지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집중호우 관련 차량 피해 건수는 1만1488건, 추정 손해액은 1621억원이다.

 

이 중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피해 건수는 9765건, 추정 손해액은 1378억원이다.

 

8~9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차량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이후에도 비가 이어지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고급 외제차가 밀집한 서울 강남지역 등에 피해가 집중돼 손해액이 급격히 늘었다. 실제 전체 손보사의 차량 유형별 추정 손해액은 외제차가 935억원, 국산차가 686억원이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8월을 포함한 3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3분기는 여름 휴가철 차량 이동량 증가와 태풍, 호우 피해 등으로 손해율이 상승하는 시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1일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대형 손보사들은 나란히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2조5673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535억원에 비해 7138억원(38.5%) 증가했다.

 

회사별로 업계 1위사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7441억원에서 7499억원으로 58억원(0.8%) 증가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일회성 이익인 삼성전자 특별배당금 1401억원 수령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2위권 DB손보는 4256억원에서 5626억원으로 1370억원(32.2%), 현대해상은 2490억원에서 3514억원으로 1024억원(41.1%)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1429억원에서 4394억원으로 2965억원(207.5%)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메리츠화재 역시 2919억원에서 4640억원으로 1721억원(58.9%)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대형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한 데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 상승 여파로 차량 이동량이 줄고 사고가 감소한 결과다.

 

5개 손보사의 올해 상반기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6.1%로 전년 동기 78.3%에 비해 2.2%포인트 낮아졌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삼성화재는 79%에서 76.5%로 2.5%포인트 하락했고, KB손보는 78.8%에서 75.9%로 2.9%포인트 낮아져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대규모 차량 침수 피해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을 걱정해야 할 시기에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으로 실적 잔치를 벌이게 된 손보사들의 표정은 미묘하다.

 

이는 단순히 실적 발표 시기와 침수 피해 시기가 겹쳐서만은 아니다. 침수 피해로 인한 손해율 상승 전망이 보험료 인하 여론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락하면서 하반기 보험료 추가 인하 압박을 받아왔다. 주요 손보사들은 올해 4월 한 차례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2~1.4%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로 손해율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보험료 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보험료 인하 여론 추이를 살피던 손보사들 입장에서는 3분기 손해율 상승과 하반기 보험료 추가 인하를 맞바꾸게 된 셈이다. 한 번 내린 보험료를 다시 올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소비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만큼 손보사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셈법이다.

 

현재 손보사들은 하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보험료 인하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전략팀장 김일평 상무는 ‘2022년 상반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론에 대한 질문에 “4월에 보험료를 인하한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하반기 손익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지금 시점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홍성우 부사장 역시 “하반기는 폭우, 폭설 등 자연재해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가중에 따라 자동차보험 손익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보험료 인하 여론을 차단한 집중호우 피해가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도 손보사들이 표정관리를 하는 이유다.

 

손보사들은 재보험을 통해 대규모 차량 침수 피해와 같은 자동차보험 사고 위험을 분산하고 있어 실제 손실 규모는 추정 손해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코로나19가 3분기 재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손익 관리에는 긍정적 변수다.

 

김일평 상무는 이번 집중호우가 자동차보험 손익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11일 오전 7시 기준 손해액은 511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면서도 “침수 피해 관련 재보험 특약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는 145억원 정도만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트렌드상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손해율이 상승한다”면서도 “과거와 같이 급격하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영 기자 jky@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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