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최명진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나란히 노조와의 갈등을 빚으면서 각 기업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매각을 둘러싸고, 네이버는 계열사 임금 문제를 놓고 각각 노사간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수면위로 떠오른 노사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노사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부터 카카오모빌리티 사모펀드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노조의 반발을 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누적 가입자 3000만명, 월 활성이용자 1000만명에 달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카카오가 57.5%, 미국계 사모펀드인 TPG와 칼라일이 각각 29.0%와 6.2%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일부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고 2대 주주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아직 매각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은 매각 결사반대를 외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진행한 노조는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움직임에 반대한다”며, “카카오는 매각협상을 중단하고 단체교섭 및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카카오 경영진도 2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통해 노조와 직원과의 소통에 나섰지만 입장차는 여전히 깊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경우는 계열사 임금문제가 불거졌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엔테크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 컴파트너스, 그린웹서비스, 인컴즈 등 네이버 계열사 5곳은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의활동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90% 가량의 찬성률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노조 측은 네이버 노사가 합의한 임금·단체협약을 바탕으로 계열사 직원 임금 10% 인상, 매월 15만원의 복지포인트 지급,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기구 설치, 조직문화 진단 및 리더십 교육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 경영진은 독립 법인인 각 계열사가 적정 수준에서 직원들과 합의를 봐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네이버 노사갈등은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네이버 본사가 계열사에 대한 대표 인사 평가와 예산 배분 등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조정 과정에서 지배기업인 네이버의 개입 없이는 5개 계열사의 교섭 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각 노조는 갈등 해결을 위해 대표들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네이버·카카오의 노사갈등은 각 대표들에게도 취임 후 주어진 첫 시험이나 마찬가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직장내 괴롭힘 문제와 주식 먹튀 논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내부 조직 문화 안정이라는 숙제를 받게 됐다.
최 대표는 취임 후 직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숙제를 원만하게 해결해나갔다. 하지만 본사가 아닌 계열사에서 이번 갈등이 발생하면서 본사 외 계열사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본사와 계열사 사이에 네이버아이앤에스가 존재하기에 최 대표의 직접 개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단체교섭이 가능한 노사관계는 직접 고용 관계를 이루는 모회사와 자회사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 대표가 직접적으로 손자 회사라고 할 수 있는 5개 계열사 노사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 대표의 행적을 고려하면 규칙보다 노사갈등 문제 해결을 중시한 소통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카카오는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중들이 카카오를 향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 요구가 거세지면서 많은 숙제를 떠안은 남궁 대표가 능력을 전부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격 없는 내부 소통과 빠르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소통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에 신임 대표인 홍은택 대표가 합류하면서 대표의 짐을 함께 들게됐다.
지난 14일 취임한 홍 대표는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에서 맡은 ESG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총괄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이번 리더십 개편을 통해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라는 두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