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장기영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30일 취임 후 처음으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금리 급등, 환율 상승 등에 따른 재무건전성 관리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간담회를 주재해 “최근 위험기준 지급여력(RBC) 제도 개선은 자본적정성 관리에 일부 도움이 되지만, 현재의 금리 인상 속도가 유지될 경우 자본적정성 등급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편정범 교보생명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사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등 20개 생명·손해보험사 CEO가 참석했다.
이 원장이 보험사 CEO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재무건전성 관리를 강조한 것은 올 들어 금리 상승 여파로 RBC비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RBC비율은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이다. ‘보험업법’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올해 3월 말 RBC비율은 209.4%로 지난해 12월 말 246.2%에 비해 36.8%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생보사는 254.4%에서 208.8%로 45.6%포인트, 손보사는 231.4%에서 210.5%로 20.9%포인트 RBC비율이 낮아졌다.
보험사의 RBC비율이 이 같이 급락한 데에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손실 발생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가용자본은 금리 상승으로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이 20조7000억원 감소하는 등 기타포괄손익 누계액이 23조1000억원 줄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020년 12월 말 1.71%에서 지난해 12월 말 2.25%, 올해 3월 말 2.97%로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위기 시 재무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RSA)를 실시하는 등 자본 관리를 강화하고 자본 확충 시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다양한 금리 가정을 토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에 대한 상시 점검을 강화하고, 그 결과에 따른 조치도 원칙대로 수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내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의 안정적 도입을 최대 현안으로 꼽기도 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제도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해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K-ICS가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새로운 제도 이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회계시스템 안정화와 전문인력 확보는 물론, 부채 산출부터 사후 검증, 경영 공시까지 전 과정에 걸쳐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 이 원장은 최근 실손의료보험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문했다.
이 원장은 “보험산업은 소비자 신뢰가 매우 중요함에도 여전히 전체 금융민원 중 보험민원이 58%에 달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실손보험 관련 의료자문과 부지급 증가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당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자문 풀에 대한 공정성 확보 등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당면 현안도 계속 살펴봐 달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