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생명보험사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 추이.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626/art_1656464663791_22e78b.jpg)
[FETV=장기영 기자] 오는 2023년 새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DGB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들은 최근 자본 확충을 실시했거나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DGB생명은 이날 기명식 전환우선주 760만주를 주당 2만원씩 총 1520억원에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DGB생명이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4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전날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후순위채 발행액은 2000억원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연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이후 4월 5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다른 중소형사인 ABL생명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정확한 발행 규모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ABL생명 관계자는 “앞으로의 시장 상황에 따라 후순위채를 언제, 얼마나 발행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생보사들이 이 같이 잇따라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현행 재무건전성 지표인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RBC비율은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이다. ‘보험업법’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특히 DGB생명의 올해 3월 말 RBC비율은 84.5%까지 떨어져 법적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4월 실시한 유상증자를 통해 겨우 100% 이상으로 수치를 끌어올렸다.
푸본현대생명의 RBC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215%에서 올해 3월 말 182%로 3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ABL생명은 232%에서 191.8%로 40.2%포인트 RBC비율이 낮아져 하락폭이 더 컸다.
이들 생보사를 비롯한 국내 보험사는 올 들어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발생으로 RBC비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생보사들의 자본 확충은 내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대비한 선제적 조치이기도 하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제도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해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K-ICS가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부채 감소분을 가용자본에 가산하는 완충 방안을 발표해 향후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여부와 규모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잉여액을 RBC비율 산출 시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완충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은 LAT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에 가산할 수 있다. 금리 하락기에 보험부채 증가분인 LAT 추가 적립액의 40%가 가용자본에서 차감되는 점을 고려했다.
자산을 시가,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는 현행 RBC 제도 하에서는 금리 상승 시 채권평가손실만 가용자본 감소로 반영해 RBC비율이 하락하지만, 이번 방안을 적용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실질 보험부채 감소분도 가용자본 증가로 반영돼 RBC비율 하락을 완충할 수 있게 된다.
6월 말 RBC비율 산출 시점부터는 이러한 완충 방안이 적용돼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 확충을 유도하는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