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장기영 기자]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공모해 가격을 부풀린 혐의를 받는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 관계자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에서 혐의 입증을 위한 검찰 측의 증인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FI들이 제기한 국제중재소송에서 잇따라 주식 매수 의무가 없다는 판정을 이끌어 낸 신 회장이 1심 무죄 판결을 뒤집어 승기를 굳힐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제1-1형사부는 22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피니티 관계자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등 5명에 대한 2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어피니티가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행사 가격 산정을 부적절하게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진행된 1심에서는 공소 사실에 기재된 증거가 미흡하거나 불충분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2차 공판에서 검찰 측 신청 증인 4명 중 이화여대 교수 A씨와 교보생명 직원 B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증언을 듣기로 했다. A씨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온 인물이다.
재판부가 검찰 측의 증인 신청을 수용한 것은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 평가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의 징계 절차 등이 적절했는지 따져보기 위한 것이라 게 교보생명 측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공소장은 교보생명 가치 평가 방법이나 인자를 의뢰인 어피니티가 지정한 대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가 해줬다는 것이 방점”이라고 사건의 요점을 정리했다.
검찰은 앞선 4월 동일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사례를 들어 혐의를 입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차 공판 당시 “삼덕회계법인 회계사 사건과 비교할 때 풋옵션 행사 시점과 제시된 주식 가치 등이 거의 유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7월 20일 3차 공판을 열어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모든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법에 따라 심판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판부는 피해자 측이 관련 사건에서 신청한 문서 송부 촉탁을 받아들였다”며 “법이 피해자에게 부여한 재판상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바, 피고 측의 피해자 부당 개입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사진 교보생명]](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625/art_16558806924806_acb29e.jpg)
만약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어피니티 관계자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신 회장은 풋옵션 분쟁에서 승기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어피니티를 비롯한 FI들이 국제중재소송을 제기하면서 수세에 몰렸던 신 회장은 잇따른 기각 판정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는 이달 어펄마캐피탈(KLI인베스터스)이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풋옵션 행사 관련 국제중재소송에 대해 주식 매수 의무가 없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어펄마캐피탈(옛 SC PE)은 교보생명 주식 5.33%를 보유한 FI다. 지난 2018년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번 소송에서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에게 어펄마캐피탈이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제시한 주당 39만7893원에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풋옵션을 행사한 2018년 11월 기준으로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출해야 하는데, 2018년 9월 기준으로 FMV를 산출해 적법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이와 함께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에게 주주간 계약 위반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정했다.
이 같은 판정 결과는 지난해 9월 어피니티가 제기한 국제중재소송 결과와 동일하다.
중재판정부는 어니피티가 제기한 중재판정소송과 관련해서도 풋옵션을 행사한 2018년 10월이 아닌 2018년 6월 기준 FMV를 산출한 점을 들어 신 회장에게 주식 매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중재판정부는 어피니티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면서 “신 회장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의무 이행과 이자 지급 등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중재판정부가 연이어 신 회장이 부당한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며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주주 및 기업가치 훼손이 회복되고, 공정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