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보험사 자본 확충 현황.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624/art_16550757791833_c0b931.jpg)
[FETV=장기영 기자] 오는 2023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6개월여 앞두고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금리 상승 여파로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자 금융당국이 긴급 처방책을 내놓은 가운데 새로운 지급여력제도 시행에 대비한 대규모 채권 발행과 유상증자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오는 17일 3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의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지난 1월 7억5000만달러(약 9200억원) 규모의 해외 후순위채 발행에 이은 추가 자본 확충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두 차례에 걸쳐 약 1조2200억원의 자본을 쌓는다.
한화생명과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를 다투는 교보생명도 5억달러(약 625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올해 첫 자본 확충이다. 지난 8일 진행된 수요 예측에는 해외 주요 채권투자기관이 참여해 발행 예정액의 7배 수준인 36억달러의 수요가 몰렸다.
두 대형 보험사가 나란히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내년 IFRS17과 K-ICS 시행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제도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해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K-ICS'가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앞두고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발생으로 인해 현행 재무건전성 지표인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RBC비율'은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이다. ‘보험업법’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실제 한화생명의 올해 3월 말 RBC비율은 161%로 전년 12월 말 184.6%에 비해 23.6%포인트 하락해 금융당국 권고치를 겨우 웃돌았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의 RBC비율도 266.6%에서 205.1%로 61.5%포인트 낮아졌다.
![2022년 3월 보험사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 현황.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624/art_16550758161484_62580b.jpg)
다른 보험사들의 경우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 아래로 떨어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표적인 예로 DGB생명의 올해 3월 말 RBC비율은 84.5%까지 떨어져 법적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DGB생명은 4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RBC비율을 겨우 100% 이상으로 끌어올린 상태다.
한화손해보험(122.8%), NH농협생명(131.5%),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의 RBC비율도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았다.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일제히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부채 감소분을 가용자본에 가산하는 완충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보험업권 리스크 점검 간담회’를 개최해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잉여액을 RBC비율 산출 시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완충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은 LAT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에 가산할 수 있다. 금리 하락기에 보험부채 증가분인 LAT 추가 적립액의 40%가 가용자본에서 차감되는 점을 고려했다.
자산을 시가,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는 현행 RBC 제도 하에서는 금리 상승 시 채권평가손실만 가용자본 감소로 반영해 RBC비율이 하락하지만, 이번 방안을 적용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실질 보험부채 감소분도 가용자본 증가로 반영돼 RBC비율 하락을 완충할 수 있게 된다.
6월 말 RBC비율 산출 시점부터는 이러한 완충 방안이 적용돼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부터 RBC 제도를 대신할 K-ICS 제도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각 보험사별로 대규모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주요 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 채권 발행이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실시했거나, 하반기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다.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돈 농협생명은 지난 3~4월 총 8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한화손보는 3월 2500억원에 이어 5월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지난달 말에는 재보험사 코리안리와 흥국화재가 각각 2300억원,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KB손해보험은 최대 7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이 중 2860억원을 13일 발행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연말까지 발행하기로 한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중 500억원을 지난 4월 발행했다.
금융위는 IFRS17과 K-ICS 시행을 앞두고 자본여력이 낮은 보험사에 대해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을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금융위는 RBC비율 하락 완충 방안을 발표하면서 “감독당국은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도 보험사가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