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푸본금융그룹의 국내 금융회사 지분 보유 현황.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521/art_16533517495554_de8cff.jpg)
[FETV=장기영 기자] 대만 최대 금융그룹인 푸본금융그룹이 한국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 푸본현대생명(옛 현대라이프) 지분을 인수한 지 7년여만에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현대카드의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현대카드 지분 인수로 현대차그룹과의 끈끈한 협력관계를 재확인한 푸본금융그룹이 다른 동종 금융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거나, 증권 등으로 진출 분야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푸본금융그룹의 전략적 투자자(SI) 참여에 따른 주주 변경 절차를 지난 19일 최종 완료했다. 푸본금융그룹은 대만을 대표하는 최대 금융그룹으로 캐세이금융그룹의 설립자인 차이완차이(蔡萬才)가 설립했다. 현재 은행과 보험, 증권 등 다양한 분야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푸본생명, 푸본손해보험, 푸본은행, 푸본증권 등 9개 자회사를 통해 한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7개국에서 법인 및 지점을 운영 중이다.
푸본금융그룹은 현대카드의 기존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24% 중 19.98%를 매입했다. 자회사 푸본은행이 올해 2월 9.99%를 매입한데 이어 푸본생명이 9.99%를 추가 매입했다. 어피티니 컨소시엄의 나머지 보유 지분 4%가량은 어피니티 측의 요청에 따라 현대커머셜이 지난 2월 매입했다.
현대카드 지분 약 20%를 보유하게 된 푸본금융그룹은 현대차그룹에 이어 실질적인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36.96%), 현대커머셜(28.56%), 기아(11.48%)가 총 77%의 현대카드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푸본금융그룹은 한국 금융시장에 진출한 지 7년여만에 보험사, 금융지주사에 이어 카드사 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푸본금융그룹은 2015년 푸본현대생명이 실시한 2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푸본생명이 참여해 2대 주주가 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푸본생명은 2018년 푸본현대생명이 추가로 실시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2400억원을 투자하면서 현대차그룹 대신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푸본생명이 보유한 푸본현대생명 지분은 지난 3월 말 기준 77.06%다. 나머지 지분은 현대커머셜(12.12%), 현대모비스(10.13%) 등 현대차그룹이 총 22.25%를 보유 중이다.
푸본생명이 푸본현대생명 지분을 인수하면서 맺은 푸본금융그룹과 현대차그룹간 협력관계는 현대카드 지분 인수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본금융그룹은 당초 대만과 껄끄러운 관계인 중국 등 해외시장에 우회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본금융그룹은 또 현대카드 지분 인수에 앞서 2019년 푸본생명을 통해 우리금융지주 지분 4%를 3585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금융지주사 지분 인수로 한국 금융시장 내 보폭을 한층 넓힌 푸본생명은 과점주주 자격으로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잇따른 투자로 한국 금융시장의 큰 손이 된 푸본금융그룹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지분을 인수한 금융사와 같은 업종을 영위하는 동종사 지분을 인수해 합병을 시도하거나, 아직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증권사 등으로 시야를 넓힐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푸본금융그룹은 2020년 KB금융지주가 인수한 푸르덴셜생명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국내 보험업계의 경우 오는 2023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을 앞두고 일부 외국계 보험사의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어 푸본금융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푸본금융그룹 안팎에서는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국내 금융시장 규제 강화 등에 따라 공격적인 추가 투자보다는 시장을 관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푸본금융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푸본금융그룹은 2~3년 주기로 한국 금융시장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면서도 “당분간 최대주주 지위를 보유한 푸본현대생명을 비롯해 현대카드, 우리금융지주 주주 역할에 충실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