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박성호 하나은행장<사진>의 '파격 행보'가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년으로 연장,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던 박 행장이 이후 '최초'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에만 3개에 달한다. 취임 14개월 차를 맞은 박 행장이 국내 은행 '빅3' 수성을 넘어 '리딩뱅크'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우리은행과 치열한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타이베이(Taipei)지점을 개설, 본격 대만 진출 신호탄을 울렸다. 대만에 지점을 낸 국내 은행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개설 인가를 획득한 뒤 10개월 동안 준비한 끝에 지점 문을 열게 됐다.
하나은행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타이베이지점의 역량을 높혀 대만 IB(투자은행)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DBU(외국환거래지정은행)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현지 통화 기반의 기업·리테일금융 사업을 영위한 뒤 점차 기반을 넓혀 역외금융 업무까지 가능한 OBU(국제금융업무지점) 라이선스에 도전한다.
특히 이번 대만 지점 개설은 박 행장이 취임 후 본격 개척한 글로벌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현재 미국, 중국, 캐나다, 홍콩, 독일,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9개국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외국 금융사 진입이 까다로운 남미 국가 2곳(브라질·멕시코)을 포함,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넓은 해외 영토를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PT Bank KEB Hana, 지분율 69.01%), 미국(Hana Bancorp, Inc., 지분율 90.56%) 법인을 제외하고 모두 지분율 99.9% 이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전 외환은행의 영향 등으로 은행권에선 '글로벌'하면 하나은행을 떠올리는데, 이번 대만 진출은 그동안 잘 축적해 온 해외 노하우 등이 집약된 결과로 보인다"며 "국민, 신한 등 하나은행보다 순익이 많은 은행들에게 새 과제를 안겨준 셈"이라고 말했다.
국외에 '대만 지점'이 있다면 국내엔 '혁신점포'가 있다. 박 행장은 이달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과 손잡고 상담사와 화상 연결이 가능한 '금융 특화 편의점' 2호점(CU비산자이점)의 문을 열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1호점(CU마천파크점)을 선보인 지 7개월 만이다. 박 행장이 은행권 처음으로 시도한 금융 특화 편의점은 디지털 금융 기술을 소비자에게 알리고자 한 하나은행과 편의점에 금융 서비스를 끌어오길 원하는 BGF리테일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혁신점포의 경우 통상 1호점에 그치거나, 2호점 개설까지 1년여 이상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2호점 개설은 박 행장이 혁신 의지를 갖고 새 실험에 나선 것이란 평가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CU마천파크점 STM(종합금융기기)를 이용한 은행 업무 처리 건수는 약 6개월 만에 1만건을 돌파, 단순 입출금 서비스만 제공하는 ATM이 설치돼 있을 때보다 하루 이용 건수가 4배 가량 늘었다. 이에 신한은행, 국민은행도 뒤따라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GS리테일과 함께 '슈퍼마켓 혁신점포'를 열었으며, 국민은행은 이마트와 손잡고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을 올 상반기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박 행장은 최근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추가했다. 금융권 처음으로 소비자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은행 자산 리스크를 관리하며 쌓은 노하우를 고객 자산 관리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투자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지만 위험관리 체계는 부족하다는 인식에서다. 구체적으로 내·외부 데이터 산출과 분석을 통한 상시 모니터링, 이상징후 발생 시 위험정보 알림·공유, 고객별 맞춤 위험관리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만 지점은 글로벌 리딩뱅크라는 장점을 갖고 도전한 것이고, CU와의 협업과 소비자 리스크 모니터링 등은 금융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하나은행의 장점을 살리고 고객 혜택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행보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