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채워라”…보험사 자본확충 봇물

등록 2022.05.10 13:47:31 수정 2022.05.10 15:05:21

올해 5조원 이상 자본확충 예상
2023년 IFRS17 도입 앞두고 분주

 

[FETV=장기영 기자] 내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7개월여 앞두고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과 증자 등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희망퇴직을 통해 수백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사는 올해 약 5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을 단행했거나 단행할 예정이다.

 

특히 총자산 기준 생명보험업계 2위 한화생명과 5위 NH농협생명은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상반기에만 최대 약 3조원의 자본을 확충한다. 한화생명은 최대 1조4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이고, NH농협생명은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으로 1조4300억원을 쌓았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 1월 7억5000만달러(약 9200억원) 규모의 해외 후순위채를 발행한데 이어 오는 6월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NH농협생명은 3~4월 총 8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다른 보험사인 메리츠화재는 올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296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총 596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실시했거나 실시할 예정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한도액 중 700억원을 지난 4월 발행했으며, 후순위채는 당초 목표로 한 2000억원보다 발행액을 늘려 이달 13일 발행한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이 중 500억원을 지난 4월 발행했다.

 

이 밖에 한화손해보험은 3월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코리안리는 이달 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3월 각각 500억원, 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DGB생명은 4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보험사들이 잇따른 자본 확충은 오는 2023년 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K-ICS가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IFRS17과 K-ICS 도입을 앞두고 현행 재무건전성 지표인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2일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해 RBC 비율 관리를 당부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로 산출한다. ‘보험업법’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보험사들은 금리 상승 등에 따른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 감소로 RBC비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자본 확충에 가장 적극적인 한화생명의 올해 3월 말 RBC비율은 161%로 전년 12월 말 184.6%에 비해 23.6%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을 포함한 국내 3대 대형 생명보험사 중 지난해 12월 말 RBC비율이 200%를 밑도는 곳은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9월 말 222.7%에서 12월 말 210.5%로 12.2%포인트 RBC비율이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는 DB생명이 157.7%, 손해보험사는 MG손해보험이 88.3%의 RBC비율을 기록해 가장 낮았다. MG손보의 경우 RBC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자본 확충에 실패하면서 지난달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RBC비율이 200%를 밑도는 보험사는 흥국생명(163.2%), KDB생명(168.9%), KB생명(186.5%), 흥국화재(155.4%), 한화손보(176.9%), KB손해보험(179.4%), 롯데손보(181.1%) 등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과 함께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흥국화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달 13일까지 만 45세 이상, 입사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 퇴직자에게는 최대 24개월치 급여와 함께 최대 5000만원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IFRS17 도입을 앞두고 고정비용을 절감하고자 부득이하게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보생명도 입사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상시특별퇴직을 실시해 올해 1월 286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신한라이프, 6월에는 KB손보가 희망퇴직을 실시해 각각 250명, 100명의 직원이 퇴직했다.

 

금감원은 금리 등 시장지표를 상시 점검해 RBC비율 취약이 우려되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선제적 자본 확충을 유도하는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장기영 기자 jky@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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