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영업실적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519/art_16520574248677_34e9c3.jpg)
[FETV=장기영 기자] 지난해 3월 미래에셋생명을 시작으로 4월 한화생명이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제조+판매)분리’를 단행한 지 1년여가 지났다.
보험사의 제판분리는 전속 보험설계사 조직을 완전히 떼어내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조치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3월 보험업계 최초로 제판분리를 실시한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대열에 합류했다. 두 보험사는 ‘공룡’ 법인보험대리점(GA)의 공세에 맞서 대대적인 보험영업 혁신 실험에 나섰지만,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3대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제판분리를 실시한 한화생명은 올 들어 수익성과 건전성 동반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보험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성장세는 답보 상태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1∼3월)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소유지분)은 396억원으로 전년 동기 3115억원에 비해 2719억원(87.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76억원에서 7조2556억원으로 2480억원(3.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367억원에서 1307억원으로 3060억원(70.1%) 줄었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영업손익이 2013억원 이익에서 582억원 손실로 돌아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이익은 1942억원에서 509억원으로 1433억원(73.8%) 감소했다.
이번 실적은 지난해 4월 국내 3대 대형 생보사 중 처음으로 제판분리를 단행한 지 1년여만에 받아든 성적표다.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로 영업력을 강화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과 달리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 전체 보험료 매출인 수입보험료는 제판분리 전인 지난해 1분기 3조1972억원에서 올 1분기 3조1279억원으로 693억원(2.2%) 감소했다.
1분기 실적 악화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직원들의 전직 지원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 영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한화생명은 수익성과 함께 건전성까지 악화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생명의 지난 3월 말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161%로 전년 12월 말 184.6%에 비해 23.6%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금융당국 권고치 150%를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을 포함한 3대 대형 생보사 중 가장 낮다.
![초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생명보험 13회차 유지율.. [자료 생명보험협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519/art_1652053448_41dfa3.jpg)
한화생명은 제판분리와 동시에 업계 1위 초대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면서 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 2025년 설계사 수 2만6000여명 달성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 첫 해인 지난해 4~12월 영업수익은 3280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 1693억원, 당기순손실 1681억원을 기록했다. 설계사 수는 출범 당시 1만9000여명에서 지난해 6월 1만8765명, 12월 1만7743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생명보험 13회차 유지율은 84.35%로 GA코리아(87.2%), 글로벌금융판매·인카금융서비스(각 85.3%)를 포함한 설계사 수 1만명 이상 4개 초대형 GA 중 가장 낮았다. 생명보험 청약 철회 건수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1만9548건으로 가장 많았고 GA코리아(4765건), 인카금융서비스(2846건), 글로벌금융판매(2411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화생명보다 앞서 제판분리를 단행한 미래에셋생명과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91억원으로 전년 824억원에 비해 33억원(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6283억원에서 3조5329억원으로 954억원(2.6%), 영업이익은 1188억원에서 1065억원으로 123억원(10.4%) 줄었다. 제판분리 첫 해인 지난해 일반계정 연간 수입보험료는 1조7317억원으로 전년 1조7906억원에 비해 589억원(3.3%) 감소했다. 초회보험료는 648억원에서 414억원으로 234억원(36.1%) 감소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지난해 3월 전속 설계사들을 기존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제판분리를 실시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설계사 수는 3697명으로 제판분리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 미래에셋생명은 제판분리 당시 기존 사업가형 지점장과 전속 설계사 3500여명을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켰다. 제판분리 전인 2020년 12월 말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수가 242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계사 수는 오히려 줄었다. 설계사 정착률은 44.3%로 설계사 수가 비슷한 다른 보험사의 자회사형 GA 신한금융플러스(58.5%), 삼성화재금융서비스(57.8%)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