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 등 KB금융그룹의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1~3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이에 국내 '리딩금융'을 다투는 신한금융그룹과의 생보 경쟁에서 더 뒤처지게 됐다. KB금융이 내년 1월 두 생보사의 통합 이후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계열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은 올 1분기 5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1106억원)보다 97.9%(547억원) 급감한 금액이다. 보험사별로는 푸르덴셜생명이 74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1121억원)보다 34%(381억원) 감소했다. 수년 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KB생명은 낙폭이 더 컸다. 2021년 1분기 15억원의 적자를 낸 KB생명은 올해 181억원 순손실을 내 1년 만에 11배 이상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생보사인 신한라이프는 152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805억원) 대비 15.6%(281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7월 출범한 신한금융의 통합(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생보사다.

주목할 점은 두 금융그룹의 생보사 순익 차이다. 작년(1분기 기준) 699억원이던 순익 차이는 올해 965억원으로 1년 만에 266억원 더 벌어졌다. 신한금융 생보사의 순익 감소보다 KB금융 보험사들의 낙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올해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증가 등으로 보험사들의 순익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KB금융의 생보사들의 순익 감소는 예상치보다 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KB금융 생보사들의 실적 감소는 푸르덴셜생명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KB금융은 2020년 8월 푸르덴셜생명을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푸르덴셜생명의 1분기 기타영업손익은 304억원으로 1년 전(962억원)보다 68.4%(658억원) 급감했다. 최근 기준금리가 올라 채권 금리가 상승해 보유한 채권의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작년 말 2.25%에서 3월 말 2.97%로 0.72%포인트(p) 급등했다. 여기에 증시에도 먹구름이 끼어 주식 평가액도 줄었다.
푸르덴셜생명은 자산의 대부분을 원화채권·외화유가증권·주식 등 유가증권을 통해 운용하고 있다. 특히 금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채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3월 말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총 운용자산은 17조5339억원으로 이중 84.5%(14조8224억원)가 원화채권이다. 생보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신한라이프(71%)보다 10%p 이상 많다.
푸르덴셜생명의 대폭 줄어든 순익은 같은 기간 업계 최저 수준인 51%로 낮아진 손해율을 고려할 때 더욱 아쉽다는 지적이다. 통상 보험사는 보험영업손실을 자산운용이익으로 메꾸는 경향이 있지만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금리에 따른 채권값 변동성이 워낙 커 다른 생보사보다 자산운용손익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금리 상승으로 주요 유가증권과 지수가 하락한 점이 순익 감소의 큰 원인"이라며 "이에 영향을 받아 변액보험 관련 보증준비금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KB금융이 내년 1월 출범하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 생보사를 통해 신한금융 생보사를 추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생보업계의 어두운 전망은 차치하고서라도 푸르덴셜생명의 운용자산 모니터링·재배치와 KB생명의 적자 요소 검토·제거 등이 이뤄져야 통합 생보사가 제대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KB생명은 2020년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내년 초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으로 성장 잠재력과 사업역량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과 자본건전성 제고 등의 통합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