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디지털화...'7만 설계사' 무너진 생보업계

등록 2022.03.24 10:01:58 수정 2022.03.24 10:30:53

1년새 2만5000명 급감...같은 기간 손보설계사는 소폭 늘어
자회사형 GA 이동도 활발...설계사 인력구조 개편 노력 필요

 

[FETV=권지현 기자]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가 급격히 줄어들며 사상 최저치인 6만명대로 내려앉았다.

 

코로나19 이후 보험사들이 비대면 채널을 대폭 강화하면서 설계사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업황이 밝지 않은 데다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보사 전속설계사 채널의 급격한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국내 23개 생보사의 전속설계사 수는 6만9580명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올해 들어 6만5000명대까지 떨어졌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생보사 전속설계사 수가 6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목할 점은 설계사 수의 감소세다. 2020년 11월 말 9만4387명이던 생보설계사는 1년 만에 26.3%(2만4807명) 급감했다. 집계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2017년 약 11만명이던 생보설계사 수는 2018년 이후 3년간 9만명대 중후반을 유지하더니 지난해 한 번에 6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설계사의 감소는 대형사도 예외가 아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2020년 2만4959명에서 지난해 2만4578명으로 1년 만에 381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은 1만4367명에서 1만4229명으로 138명 줄었으며, 신한라이프(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는 1만1674명에서 1만175명으로 1499명이 자리를 떠났다. 

 

설계사 수가 7만명을 밑돈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디지털화'가 있다. 설계사 수가 급감한 2020년 12월~2021년 11월, 보험사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비대면 판매 채널을 넓히고 고도화했다. 업계는 설계사들의 '마지막 보루'인 복잡한 종신보험 역시 수년 내 완전 비대면 채널로 전환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꽃'이라 불린 설계사들이 그 자리를 디지털에 내줄 것이란 얘기다.

 

생보업계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전속설계사 수가 줄어든 요인이다. 보험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생보사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생명보험 중 개인보험은 2016년에서 2019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이후에도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종신보험의 경우 저연령 인구 감소, 혼인 감소 등으로 수요 확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 보고서에서는 상해·질병·간병보험시장에서는 생보사보다 손보사 상품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진단했다.

 

업황에 따라 갈린 전망은 손보설계사 수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작년 11월 손해보험협회에 등록된 국내 30개 손보사의 전속설계사 수는 10만6734명으로 1년 전(10만2985명)보다 3749명 늘었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생보업 전망은 당기순이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보사 순익은 3조94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2%(4890억원) 늘어난 반면 손보사는 4조3264억원을 기록, 생보사보다 50%포인트 이상 높은 65.2%(1조7077억원)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자 생보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전속설계사를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비전속설계사로 이동시킨 것으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전속설계사를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비전속설계사로 배치했으며,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현재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설계사들을 비전속으로 전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올 상반기 출범 예정인 자회사형 GA KB라이프파트너스로 전속설계사를 비전속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전속설계사의 경우 자사 생명보험만 판매할 수 있지만 GA 비전속설계사는 여러 생명보험사 상품은 물론 손해보험도 고객에 추천,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경우 생보사 외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손보사 모두와 제휴를 맺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생보사들이 설계사 인력구조 개편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설계사 채널 중심의 대면 영업은 청년층과의 접점 마련에 한계가 존재해 이들 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과 상품 전략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하는 추세에 있는데, 이러한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요소가 인적자원 고도화"라면서 "설계사를 중심으로 고령자 가구 증가에 대비한 신탁 전문가, 디지털화 관련 데이터 분석 전문가, 위험 진화에 따른 위험평가 전문 인력 육성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지현 기자 jhgwon1@fetv.co.kr
Copyright @FETV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제호: FETV | 법인명: ㈜뉴스컴퍼니 | 등록및발행일: 2011.03.22 | 등록번호: 서울,아01559 | 발행인·편집인: 김대종 |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59 레이즈빌딩 5층 | 전화: 02-2070-8316 | 팩스: 02-2070-8318 Copyright @FETV. All right reserved. FETV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