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네이버가 고위 경영진들을 속속 복귀시키고 있다.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약속이 무색한 만큼 오히려 영전(?)하는 분위기다. 당시 네이버 내부에서는 '극단적 선택'이 아닌 '살인'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고위 임원인 'C 레벨' 리더 4명 가운데 3명이 경영 일선에 합류한 상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사진=연합뉴스].PNG](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311/art_16474206408867_4015ea.png)
1981년생 ‘젊은피’ 최수연 대표가 선임된 배경에는 ‘조직문화 쇄신’이 바탕이 됐다. 지난해 5월 네이버 직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해진 GIO는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회사를 이끄는 쇄신을 해야 한다”며 당시 연말까지 경영진 체제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네이버는 당시 정황을 파악하고도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 대해 고용부는 “임원급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리며 정신적·신체적 고통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건으로 네이버 고위 경영진들은 모두 물러났다.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해 6월 옷을 벗었다. 그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끔 만든 당사자를 영입한 인물로 꼽혔다. 또 관련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COO는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한 창립 멤버로 이해진 GIO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또 한성숙 대표에 이어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부사장, 박상진 CFO(최고재무책임자)까지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C 레벨' 리더 4명이 모두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들 모두 네이버 창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활동해 온 경영진들로 이 GIO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네이버에 새로운 자리를 찾아 속속 복귀하는 모양새다. 박상진 전 CFO는 네이버파이낸셜대표로 선임됐고 채선주 부사장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 네이버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또 한성숙 전 대표는 네이버 대표에서 물러난 지 하루 만에 네이버 유럽사업 개발 대표로 선임됐다.
이와 관련해 전날 열린 주총에서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서명’은 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두고 이의 신청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