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현호 기자] 삼성전자가 16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외 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의결한다. 당일 주총에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노 사장은 논란이 이어지는 ‘GOS 사태’의 핵심 당사자다.
올해 새롭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게 된 경계현 DS부문 대표이사도 사내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평소 임직원들과 대화를 자주해 직원들 사이에서 ‘소통왕’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 대표는 이달 18일 노조와 임금협상에 나선다. 창사 이래 최초의 파업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내부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폰=갤럭시’ 논란의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이하 GOS)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갤럭시 기기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시스템 앱이다. 사용자가 게임 등을 실행하면 프로세서의 성능을 조절하면서 발열과 배터리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갤럭시 S22 출시 이후 GOS가 스마트폰의 성능 제한을 일으키면서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프로세서 점수를 나타내는 긱벤치(Geekbench)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긱벤치 개발자 존 풀이 갤럭시 S22의 성능을 집계한 결과 GOS 실행 후 싱글코어는 53.9%, 멀티코어는 64.2%까지 떨어졌다. 또 21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국내 IT 유튜버 잇섭도 긱벤치와 3D 마크 등을 통한 실험 결과, “GOS를 실행하면 점수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갤럭시 S22 울트라 벤치마크 결과 [사진=긱벤치 홈페이지]](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311/art_16473034573798_44d44e.png)
잇따른 논란에 갤럭시 S22는 긱벤치 대상 제품에서 퇴출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긱벤치는 이달 4일(현지시각) “GOS가 어떻게 성능을 저해하는지 알게됐다”며 “갤럭시 S22뿐 아니라 갤럭시 S21·20·10 전 모델을 벤치마크(성능측정)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삼성 이전에 긱벤치에서 제외된 제품은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의 스마트폰뿐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의도적으로 갤럭시 S22를 과대 포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갤럭시 S22는 게임과 함께 1만여개의 앱을 GOS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긱벤치와 3D 마크 등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에는 GOS가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공지사항을 통해 “벤치마크 툴은 게임 앱이 아니므로 GOS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잇따른 겹악재에 삼성전자는 표시광고법 위반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받게 됐다. 앞서 사측은 갤럭시 S22를 출시하며 ‘역대 가장 강력한 갤럭시 S 시리즈’, ‘모바일 게임에 최적화된 환경을 선사할 것’ 등으로 소개한 바 있다. 공정위는 회사가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의 구매 선택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GOS 실행을 두고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 해명했다. 프로세서의 성능이 높아지면 발열 가능성이 커져 이를 GOS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히자만 이용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관련 문제를 하드웨어로 해결하지 않고 원가 절감을 위해 소프트웨어(GOS)로 해결하려 했다”, “이 정도면 설계나 개발 자체가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GOS 논란’ 진통 끝에 게임 실행 시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제한을 해제하는 등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GOS는 지난 2016년 출시된 갤럭시 S7부터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용자들은 이를 활용하지 않아도 됐지만 '원(One) UI 4.0' 운영체제(OS)로 업그레이드된 이후 갤럭시 S22 시리즈부터는 GOS 삭제가 불가능했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 10일, 임직원들과 타운미팅홀을 열고 관련 논란에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에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삼성전자 공식 커뮤니티 삼성멤버스에 ‘노태문 업적은 원가절감으로 회사 이윤 추구’라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자 사측은 “고객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진=네이버 카페 갤럭시 GOS 집단 소송 준비 방 캡쳐]](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311/art_1647303457928_2627ec.png)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네이버 카페 ‘갤럭시 GOS 집단 소송 준비 방’은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가입자 수만 7000여명에 달하며 이들은 법무법인 '에이파트' 김훈찬 변호사와 소송을 준비 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인당 30만원으로 소송은 참여하는 인원에 관계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경계현 대표, 노조와 임금협상…파업 종지부 찍을까=경계현 DS부문 대표는 18일 노조와 임금협상에 나선다. 회사 내부에선 경 대표가 임금 갈등을 해결하는 적임자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 대표의 전 직장이던 삼성전기에서는 “경 대표는 평소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해온 인물”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공동교섭단은 사측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15차례에 걸쳐 2021년 임금협상 교섭을 이어왔지만 합의점을 못 찾은 상태다. 이들은 “포괄임금제 폐지, 격려금, 휴식권 보장과 위험수당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우리가 요구한 조항 중 단 한 건도 수용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사측 교섭위원들은 자신들이 권한도 정보도 없다고 노조에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공동교섭단은 사측에 임직원들의 임금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계약연봉을 정률(%)로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액(원) 인상을 요구한 상태다. 이와 함께 위험수당과 초과이익성과급(OPI) 등 급여체계를 정비하고 여름휴가와 회사 창립 기념일 등 휴식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동안 삼성전자 공동교섭단은 사측이 임금교섭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며 대표이사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일 협상에 회사 대표가 직접 나서는 만큼 파업 위기가 가라앉을지 주목된다. 현재 공동교섭단은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노동쟁의 조정에도 사측과 중재가 이뤄지지 않아 합법적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