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보험산업 ESG 경영 선포식'에서 은성수(앞줄 왼쪽 여섯번째) 전 금융위원장과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보험업계 사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310/art_16469577793976_7082e1.jpg)
[FETV=권지현 기자] "최근 확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보험산업에 있어 새로운 기회다. 보험은 상품의 특성으로 인해 ESG와 아주 밀접하고 연관성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ESG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피해의 예방과 보상,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상품 개발 등이 좋은 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2021년 2월 '보험산업 ESG 경영 선포식'에서)
보험업계의 ESG 활동이 편중되고 있다. ESG 관련 실천 등은 활발한 반면 상품 개발은 전무한 상태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2월 '상품'을 필두로 한 ESG 경영을 통해 보험권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을 주문했다. 당시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은 전 위원장의 언급에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신상품 출시 등 실천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이 연일 ESG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SG 상품은 고객의 친환경 활동 등을 돕는 한편 금융사에게는 또 다른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현재의 '보여주기식' 활동에서 벗어나 보험상품과 연계한 ESG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생·손보사들이 지난해 1월 이후 출시한 ESG 보험 상품은 '단 1개'에 불과하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7월 전기자동차 관련 특약을 담은 친환경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그동안 배터리 파손사고 시 감가상각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고객이 직접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전기차 사용을 권장한다는 취지다. 기간을 좁혀 최근 6개월을 기준으로 하면 보험사 ESG 관련 상품은 '0건'이다.
반면 보험사들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절감을 위한 근무환경 구축, 석탄 발전 관련 보험인수 중단, ESG 관련 투자 규모 확대 등 상품 외 ESG 활동에는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이다. 고객중심 경영을 위한 권익보호 위원회·제도 신설 등도 보험사의 대표적인 ESG 실천 사례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ESG 상품 출시에 소극적인 데는 ESG를 '기회'라기 보다 '의무'로 여기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보험사가 수행하는 수많은 ESG 활동은 '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다. 그렇다 보니 보험사들이 저마다 선도적인 ESG 경영 사례를 남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행동 범위가 페이퍼리스(paperless·종이 없는)·저탄소행보(E), 기부·나눔·봉사(S), 주주환원·양성평등(G)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통상 보험권에는 대형사가 먼저 나서 상품을 출시하면 따라서 시장에 내놓는 경향이 있는데 ESG 관련 상품의 경우 대형사, 중소형사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개발·출시에 있어 소극적인 것 같다"며 "사실 장기상품인 보험을 어떻게 ESG와 연관지어야 하는지 컨센서스 자체가 잘 형성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CEO의 '업적' 등을 생각해야 하니 ESG가 '경영' 중심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보험사들이 경영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삶에 직접 닿을 수 있도록 ESG 상품 출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보험업계가 생각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은 ESG 상품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환경·사회공헌·근로자 우대 등 ESG 상품의 경우 경쟁사 제품보다 추가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88.3%에 달했다. 기업의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소비자가 신뢰할 만한 상품 생산'이라는 응답 비중이 32.3%로 가장 높았다.
특히 2019년에는 MZ세대(20~30대) 등 ESG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글로벌 금융기관 매출은 3000억달러(한화 약 369조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0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SG 상품이 은행권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ESG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자신의 탄소발자국 등에 대한 목표·감축 방안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거나, 보험료 중 일부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혹은 수소 교통 인프라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할 수 있다. 약관·안내자료 등을 모바일을 포함한 디지털 방식으로 수령할 경우 일정한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게 돕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보험사는 고객이 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면 저공해 자동차나 대체 연료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녹색 건물(Green building)에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고객이 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