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이게 얼마 만이냐"
'무거운' 주식이던 보험주가 들썩이고 있다. 금리 인상과 안전자산 선호 증가에 수혜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보험사들은 이 같은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12개 상장 보험사는 올해 주식시장 개시일인 1월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평균 4.61% 상승했다. 보험주들이 2개월 동안 4% 이상 오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가장 큰 요인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 확대가 꼽힌다. 저금리 기조 속에 보험계약 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대출채권 규모가 늘면서 보험사들이 이전보다 많은 이자이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간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 상품 계약이 많이 늘어난 점도 힘을 보탠다. 금리가 올랐으니 보험사의 자산 수익은 높아진 반면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는 고정돼 수익이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비율) 상승 등으로 보험업종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진 점도 보험주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보험사별로는 현대해상이 19.61%(4600원) 올라 가장 큰 성장세를 나타냈다.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이 각각 10.72%, 10.54% 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으며, DB손해보험(9.07%)과 롯데손해보험(7.18%)이 뒤를 이었다. 이들 보험사들은 지난해 순익이 크게 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DB손보는 작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으며, 롯데손보는 영업이익 1339억원, 당기순이익 1233억원을 기록해 대주주 변경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보험 대장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주가가 하락했다. 1월 3일 6만4500원이던 삼성생명은 3일 6만1300원을 기록, 4.96%(3200원) 하락했다. 삼성화재는 더 떨어졌다. 20만4500원이던 삼성화재 주가는 이달 3일 18만9500으로 장을 마감, 7.33%(1만5000원) 하락했다. 12개 보험사 중 가장 큰 낙폭이다. 이외 동양생명은 6630원에서 6210원으로 6.33%(420원) 하락했다.
이들 보험사 3곳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과 배당 관련 사안이 주가 상승에 한계선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작년 4분기 순익은 1756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사차익(위험률차익), 비차익(사업비차익), 이차익(이자율차익) 모두 줄어들며 실적둔화 추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핵심 영업지표인 보장성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4252억원으로 201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도 기대치보다 낮은 순익을 거뒀다. 4분기 별도 순익 7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절반 가량(49%) 감소했다. 투자 손상차손 362억원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2021년 배당성향을 46.7%로 결정, 시장 기대치인 50%를 밑돈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주주가치의 안정화'를 위해 이 같은 배당성향을 결정했지만 과거 삼성화재가 배당성향 50%를 지향했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역부족이었단 분석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경우 양호한 이익 규모가 유지되고 있으나 효율성과 성장성 관련 제반 지표의 정체 양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삼성화재는 4분기 이익 둔화에도 연간 순익이 1조원을 넘었지만 손해율과 사업비율이 상승해 보험영업적자 규모가 1000억원 가량 확대되면서 이익 규모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배당 '지속력'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며 역대급 순익 조차 주가를 밀어올리지 못했다. 동양생명의 4분기 별도 순익은 26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 증가했다. 연간으론 순익 2756억원을 거둬 전년 보다 무려 129.6% 급증했다. 배당도 사상 최대치로 진행한다. 2021년 배당성향은 35.0%로 기존 시장 기대치(25%)를 상회하며, 기말 배당수익률 9.5%에 달한다. 다만 시장은 현 상황보다 미래 배당 지속성에 무게를 두며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의 고배당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회계제도 변경 후의 자본여력과 손익을 고려한 중기 주주환원 기조가 가시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