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큰손들' 삼성생명·화재 외면, 왜

등록 2022.02.28 10:46:37 수정 2022.02.28 11:17:31

수년째 '5% 이상' 해외 투자자 無...DB손보·현대해상 등 유치 성공 
복잡한 지배구조·낮은 성장률 영향...배당확대 통해 투자 매력 높여야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보험업계 맏형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사상 최대 실적에도 평균 수백조원을 굴리는 글로벌 '큰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반면 이들보다 몸집이 작은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등은 해외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5% 이상'의 지분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5% 이상 주주'(대주주)는 유의미한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를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투자자에게 지배권 변동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해당 내용을 공시토록 하고 있다. 5% 이상 주주는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확충 등을 이유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대형 금융지주 회장이 해외 기업설명회(IR) 등에 직접 발벗고 나서는 이유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업계 각각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5% 이상 주주'에 해외 투자자들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직 작년 12월 말 통계가 공시되지 않았지만 9월 말 수준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생명은 5% 이상 주주 명부에 국내 투자자로만 이름을 채웠다. 최대주주인 삼성물산(19.34%)에 이어 총수 일가(이재용·이부진)가 지분 17.36%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6.41%)과 이마트(5.88%)가 그 뒤를 잇는다. 삼성화재도 해외 투자자에게 유의미한 투자를 받지 못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삼성화재의 5% 이상 주주는 삼성생명(14.98%)과 국민연금공단(9.63%) 단 두 곳뿐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삼성그룹 보험 계열사들에 대한 해외 큰손들의 투자 추이다. 삼성화재는 2018년 이후 해외 투자자들에게 약 3년간 5% 이상 지분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17년 9월 미국 매니지펀드사 제네시스에셋(Genesis Asset Managers)이 지분 5.16%를 보유, 5% 이상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제네시스에셋은 3개월 만에 삼성화재 지분을 정리했다. 이후 삼성화재의 5% 이상 주주는 삼성생명과 국민연금 두 곳으로 굳어졌다. 2017년 이전 삼성화재가 스코틀랜드계 투자사인 퍼스트스테이트(First State Investment Management) 등에서도 5% 이상 지분 투자를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해외 큰손 모시기가 후퇴한 셈이다.

 

삼성생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2011년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삼성생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적이 없다. 주주명부에 오른 국내 투자자들도 수년째 동일하다. 작년 3월 말 기준 이건희 고(故)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20.76%)이 이재용·이부진 등에게 이어졌을 뿐, 삼성생명은 대주주 구성에 변화가 없다.

 

반면 해외 투자자자들은 삼성생명·화재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 보험사들에 대해선 5% 이상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작년 9월 말 기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인 피델리티(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Company)는 DB손보와 현대해상의 지분 각각 10.24%, 6.76%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과 DB손보의 경우 주가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피델리티가 DB손보에 지분을 투자한 점이 더욱 눈에 띈다. 지난 25일(종가 기준) 삼성생명과 DB손보의 주가는 각각 6만100원과 6만1100원이다.

 

삼성 계열 보험사들이 해외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지 못하는 데는 그룹 특유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17.97%를 포함한 총수 일가 지분 31.7%를 바탕으로 물산→생명→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분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삼성 관계사와 총수 일가의 '순환' 구조가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낮은 성장세도 해외 큰손들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이유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조469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1% 증가했다. 삼성전자 특별배당 덕분으로, 핵심 영업지표인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2조7110억원)는 오히려 전년(2조727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1조926억원을 기록, 42.5% 더 거뒀다. 이에 반해 후발주자인 한화생명은 순익이 496.2% 급증했으며, KB손해보험은 84.1% 뛰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각각 56.3%, 53% 올랐으며, 현대해상은 43.2% 증가했다. 피델리티는 DB손보가 작년 3분기 137.6% 성장을 이루는 등 큰 폭으로 순익이 증가하자 지난해 4분기 연속 지분을 늘렸다. 

 

이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해외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자산 기준 '은행' 못지않은 이들이 5% 이상 주주 명부를 수년째 동일한 국내 투자자로만 채웠다는 것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소극적인 투자 유치 행보를 지속해 왔다는 방증이다. 5% 이상 주주 구성의 다양성은 두 기업에 자본확충에 따른 신사업 기회, 지배구조 개선 등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단기적인 타개 방안으로 배당확대 카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결의한 2021년 보통주 결산배당의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시가배당률은 각각 4.4%, 5.5%로 DB손보와 현대해상의 6%보다 낮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2021년 배당성향이 기대를 크게 하회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화재의 경우 2021년 배당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9~2021년 배당성향을 50%까지 확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배당성향의 방향성이 뒤바뀐 것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권지현 기자 jhgwon1@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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