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LG헬로비전은 지난해 손익 개선을 이뤘다, 하지만 매출은 정체됐고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케이블TV의 성장동력을 잃었다. 올해 신년사에서 방송·통신 가입자 기반 확대와 지역채널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사업 육성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강조한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의 비전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송구영 대표는 케이블TV 사업의 활로를 넓히기 위해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시키고 있다. 지난 2020년 케이블TV '헬로tv'에 모회사인 LG유플러스의 아이들나라를 도입하며 젊은 부부를 공략했고 최근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손잡고 ‘MZ’ 세대 유혹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회사인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디즈니플러스와 IPTV·모바일 서비스 계약을 맺었고 LG헬로비전은 케이블TV 서비스를 시작했다.
LG헬로비전은 세계 최초로 오픈 케이블 방식에 의한 디지털 케이블TV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 24개 채널 의무형 아날로그부터 UHD 셋탑박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의 성장 속도는 정체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케이블TV 가입자는 1304만명으로 2020년 하반기대비 18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IPTV와의 가입자수 격차는 633만여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났다.
유료방송 가입자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과기정통부는 작년 상반기 시장점유율을 종합한 결과 KT(23.19%), SK브로드밴드(16.51%), LG유플러스(14.43%), LG헬로비전(10.85%) 순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쟁사의 점유율은 상승하는 반면, LG헬로비전은 역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상반기, 13.02%에 달했던 점유율은 매년 떨어져 2019년 상반기에는 LG유플러스에 업계 3위를 넘겨주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디즈니플러스도 이용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난해 11월12일, 디즈니플러스의 이용자(DAU)수는 59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달 21일, 40만명대가 무너졌고 지난달 28일에는 23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디즈니플러스 디즈니, 마블 등 충성 고객이 높은 강력한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불완전한 자막 등으로 논란을 키운바 있다. 또 글로벌 OTT 1위 기업인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콘텐츠가 부족하고 오리지널 작품의 집중도가 높은 점이 디즈니플러스의 약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케이블TV와 알뜰폰(MVNO) 사업이 주요 수익원이다. 각각 전체 매출과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두 사업은 레거시(Legacy : 전통) 영역에 속한 탓에 외형 확장에 어려움이 따르는 문제점이 작용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블TV의 매출은 3400억원 규모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할 경우 300억원 줄었고 알뜰폰도 같은 기간 40% 감소한 1550억원에 그쳤다.
LG헬로비전은 지난해 매출 1조801억원, 영업이익은 4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2.1%, 30.3% 증가한 수치다. 회사는 투자 효율화 및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강화 등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수치로 보면 양호하지만 성장률은 더딘 모양새다. ‘LG’로 간판을 변경하기 이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매출은 8.3%, 영업이익은 33.7%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매출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된 배경을 두고 수익구조 개선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주요 사업 성장이 제한된 가운데 수익성만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성장동력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성장 가능성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전세계 팬덤이 두터운 디즈니·마블·스타워즈 시리즈 등을 보유한 디즈니플러스와 협업에도 케이블TV에 기대를 모으기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매출은 업계 전체적으로 VOD 매출이 하락하면서 회사도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케이블TV 가입자수는 작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속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수가 줄어든 건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디즈니 플러스 도입과 키즈 방송산업의 연계로 상품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