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공정하고 합리적이면 좋겠다” vs “정부가 상황에 맞게 잘 처리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지난달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서 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둘러싸고 각각 내놓은 발언이다. SK텔레콤은 정부의 5G 주파수 추가 할당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 반면 LG유플러스는 이용자 편익을 위해 조속한 마무리를 요구했다. 양측이 5G 사업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가운데 이달 예정된 주파수 경매는 사실상 무산 수순에 들어갔다.
이들 통신사들은 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지난해 실적은 폭발적 성장이 예견되는 등 5G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미 LG유플러스는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T를 포함한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4조원대를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기지국 구축도 등한시하며 과기술정보통신부의 제재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이다. 5G로 단물만 빨아 먹고 소비자 편익은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왼쪽부터) 유영상 SKT 대표, 황현식 LGU+ 대표 [사진=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205/art_16438478586543_ed4b94.png)
◆SK텔레콤 vs LG유플러스, 5G 주파수 ‘샅바싸움’=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5G 주파수 추가 할당 대역 경매는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논의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2월 중 이통3사 최고경영자를 만나 공통적인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다음 달 경매 공고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5G 20메가헤르츠(㎒)폭(3.40~3.42기가헤르츠(㎓))을 이달 경매해 추가 할당하기로 했다.
주파수 경매가 연기된 배경에는 통신사간 갈등이 컸다. 지난 2018년 6월, 과기정통부는 300㎒ 5G 주파수 대역폭 가운데 280㎒를 경매를 통해 이통3사에 할당했다. 이중 KT와 SK텔레콤은 100㎒폭을, LG유플러스는 80㎒를 나눠 가졌다. 남은 20㎒는 공공기관과의 주파수 혼선을 막기 위해 보호대역으로 남겨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후 혼간섭 우려가 해소되자 LG유플러스는 추가 할당을 신청하고 나섰다. 문제는 20㎒ 대역폭이 LG유플러스의 대역폭과 근접한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에 배정된 5G 주파수 대역은 3.42~3.50㎓이다. KT는 3.50~3.60㎓, SK텔레콤은 3.60~3.70㎓로 추가 할당 대상이 3.40~3.42㎓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경매는 LG유플러스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대역폭이 떨어져도 기존 사용 주파수와 연동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 주파수 집성기술(CA)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경매는 LG유플러스만 단독 입찰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현재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에 3.7㎓ 이상 대역 40㎒ 주파수(20㎒ x 2개 대역)도 함께 경매에 내놓을 것을 제안한 상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5G 주파수 할당은 특정 사업자만 이득을 보는 등 공정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3사 고객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후 경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KT는 5G 주파수 대역이 LG유플러스와 SKT 중간에 위치한 만큼 양쪽으로 확장이 불가능해 추가 할당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 측은 “추가할당을 제기한 주파수는 혼간섭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사안은 별도의 검토절차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통신사와 항공업계의 갈등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 항공업계는 통신사들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3.7~4.2㎓)과 항공기 레이더 고도계(4.2~4.4㎓) 대역과 근접해 신호 간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 1월, “국내 5G 이동통신 주파수(3.42~3.7㎓)와 전파고도계 주파수(4.2~4.4㎓)는 상당히 이격(500㎒이상)돼 있다”며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전파고도계와 간섭이 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5G를 사용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소지가 있는지 알 수 없어 해명자료는 원론적인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205/art_16438478599733_682247.jpg)
◆상용화 갈 길 먼데...이통3사 ‘곳간’만 두둑=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 5G는 일반 LTE와 비교할 경우 다운로드 속도는 280배, 전송 속도는 20배가량 빠르다. 방대한 데이터를 쉽고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어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정부는 5G를 계기로 공공·사회 전반의 혁신적인 변화와 국가 인프라 고도화 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어울리지 않게 국내 5G 생태계 확장은 더디기만 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무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이동통신 3사(KT·SKT·LGU+)가 실제로 구축한 28㎓ 5G 기지국은 312대다. 이들 기업이 주파수 배정을 받고 지난해까지 준공하기로 약속한 기지국(4만5000대)대비 0.7%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통3사는 전파법에 따라 주파수 할당이 취소될 수 있다.
지난 2018년 과기정통부에서 밝힌 5G 주파수 할당 공고에는 ‘의무 구축수량 대비 구축수량이 10% 미만’, ‘평가점수가 30점 미만’일 경우에 할당을 취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간 점검 시기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까지 최소 4500대 이상의 기지국을 구축해야 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4월, 통신사들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주파수에 대한 ‘샅바싸움’과 기지국 구축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동통신 3사 실적은 5G 효과로 고공행진을 나타낼 전망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사상 최대인 9790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년 사이 5G 가입자 수는 67.9%가량 늘어난 462만6000명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