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LG전자 조주완號의 2022년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새해들어 선되기는 커녕 악화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3년에야 반도체 수급난이 다소 해소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마진이 낮은 탓에 생산설비를 증설하지 않는데다 공급사들도 제한적이라 공급망 개선이 요원한 실정이다. 당초 2021년 흑자전환을 약속한 LG전자 전장사업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LG전자의 경우 전장사업은 고수익을 올리는 핵심 사업중 하나다. 올 한해 LG전자 조주완號의 험난한 가시밭길이 우려되는 이유다.

◆수요-공급 괴리...車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은 제조사들의 생산능력을 이미 초과한 상태다. 주문에서 공급으로 이어지는 리드타임(배송기간)도 늦어졌고 반도체 제조사들은 내년 공급량까지 미리 접수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3년에야 공급난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성차는 단순 구동을 넘어 전동화로 탈바꿈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통합·제어하는 복합기능 등 첨단 기술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주문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전기차만 보더라도 반도체 사용량은 일반 내연기관차대비 2배 이상 높고 자율주행차는 10배 이상이 필요하다. 시각정보를 위한 이미지센서, 전력 관리를 위한 전력제어 반도체, 인포테인먼트 강화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돼 업계에선 완성차를 움직이는 컴퓨터로 평가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문제가 확대된 이유는 생산부족 여파가 컸다. 제조사들은 차량용 반도체가 차량 원가에 약 2~3%에 불과해 생산설비를 증설하지 않았다. 또 구식 웨이퍼인 8인치를 사용하는 점도 수급난을 키웠다. 8인치 웨이퍼는 1990년대부터 쓰이는 재료로 주로 90나노(1나노=10억분의 1m) 기술이 적용된다. 5나노까지 적용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12인치 웨이퍼 대비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급사도 제한적이다.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만 해도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글로벌 생산량의 70%를 책임진다. 반면, 회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MCU가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에 불과하다. 고가 반도체인 AP(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의 생산을 미루고 MCU 생산량을 늘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MCU는 전자 회로 혹은 전자 기기를 구성하는 기계 부품의 기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뜻한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수급난에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은 위탁생산 전략을 지속하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기술 내재화 혹은 협력을 추진해 공급 위험에 대응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반도체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전망됨에 따라 자동차 반도체 주문방식의 전환, 차세대 전력 반도체 전환 가속화, 등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LG전자 전장사업, 7년 연속 적자 현실화?=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가 전장사업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쏟아부은 투자 규모만 4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2015년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대비 효율성이 없었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자동차 조명기업 ZKW, LG-마그나 합작법인을 통해 전장사업 3각 편대를 꾸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텔레매틱스와 커넥티비티 서비스부터 동력 전달장치인 파워트레인 등 완성차의 외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누적 수주 규모만 6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부족 사태로 완성차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주 금액이 회사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지체될 수 있는 이유다. 자동차 플랫폼 겟차는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의 쏘렌토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GV60 등 소비자가 차량을 주문한 이후 인도받기까지 10개월 이상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1~2개월 가량 늘어난 것이다. 수입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BMW의 X3은 5~6개월이 필요했고 볼보 XC60는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조주완 사장 체제를 맞이한 LG전자는 조직개편과 인재 등용을 바탕으로 흑자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를 담당하는 스마트사업부는 의사결정 체제를 단순화하기 위해 VS부문 직속으로 전환했다. VS사업본부 본부장으로는 은석현 전 스마트사업부장을 발탁했다. 그는 세계 1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 보쉬 상무를 역임한 인포테인먼트 전문가로 지난 2018년부터 VS사업부에 몸을 담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은 수주기반의 사업이라 초기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완성차 시장이 첨단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흑자전환을 예고했지만 GM발 대규모 리콜 사태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만큼 올해는 오랜 숙원을 풀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