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개미’들의 눈물을 훔쳤던 삼성전자가 ‘8만전자’ 복귀를 눈앞에 뒀다. 비관적인 시장 전망에 주가를 끌어내렸지만 경쟁사의 실적이 양호한데 따른 동반효고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 1분기는 메모리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설전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전망이다.
다만, 올해 반도체 가격하락 예측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계의 4분기 실적이 상승세를 보인 만큼 기대 이상의 1분기 성적을 점치는 관측도 있다. 내년 1분기를 준비하는 삼성전자 경영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251/art_16402174155242_bd6782.jpg)
◆8만전자 눈앞...왜?=반도체 겨울이 지나간 듯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2일, 한 달 만에 6.0% 증가한 7만9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의 영향이 컸다. 이들은 한때 반도체 전망이 부정적이자 대량 순매도했지만 한달간 3조원 이상을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개인들은 약 2조9000억원 이상을 팔아 주가 상승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이달 8만원을 넘어서면 올해 8월10일(8만200원) 이후 4개월여 만에 ‘8만전자’에 복귀하게 된다.
앞서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업계의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이 메모리 재고 축적을 줄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비중축소로 축소했다. 또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도 '메모리-겨울이 오고 있다(Memory-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내며 목표주가를 기존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는 메모리 업황이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D램 점유율 3위 기업인 마이크론은 지난 9~11월 매출이 76억9000만달러(약 9조16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보다 33% 늘어난 수치다. 비대면 수요가 줄어들면서 4분기부터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는데 매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에 마이크론 주가는 하루 만에 10% 이상 늘어나 삼성전자 주가를 자극했다.
◆“D램 가격 떨어질 것” 서버·모바일 직격탄 날리나=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1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8~13%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PC용 D램은 소비자 및 상업용 노트북 수요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출하량 전망이 긍정적인 상황이다. 또 세트업체들이 D램 재고 축적 기간을 줄이면서 가격 하락폭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서버와 모바일 가격이다. 전체 D램 시장 가운데 80%를 점유하고 있어 메모리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증설해 서버용 D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트렌드포스는 서버 업체의 D램 재고 수준은 감소하고 있고 이들 기업이 가격 하락을 기다리고 있어 구매량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메모리 기업은 생산량을 늘려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발생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란 SNS에 올라오는 사진이나 영상 등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는 시설을 뜻한다.
내년 1분기 출시가 예고된 갤럭시S22의 영향에도 모바일 D램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족 사태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스마트폰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세트업체들이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 모마일 D램은 수요가 약해졌다”며 “이는 DRAM 공급사의 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의 양대산맥인 낸드 플래시는 D램 보다 가격 하락폭이 가파를 것으로 예고됐다. 스마트폰 시장은 전통적인 비수기에 접어들고 연말 효과가 끝나면서 전분기 대비 최대 15%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경우 소비자용은 5~10%, 기업용은 3~8% 가량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모두 고객사들의 수요가 예전만큼 높지 않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1년 전망은 나쁘지 않아” 가격 반등 가능할까=마이크론의 반전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고정거래 가격이 하락한 이후 나온 결과였다. 당초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10월 PC용과 서버용 D램 고정가는 전분기 대비 각각 9.5%, 4.3% 가량 하락했고 11월에도 1.31%∼1.81% 떨어졌다고 밝혔다. 고정가는 기업 간 거래 가격을 뜻하는데 기업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비관적인 예측에도 ‘한해 농사’는 양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재고가 감소했고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해 내년 삼성전자 D램 수요는 데이터센터 업체 중심으로 전년대비 20~23%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버 시장은 차세대 메모리 DDR5를 장착한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가 예고됐다. CPU를 바꿀 경우 D램 모듈도 같이 교체하기 때문에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제조사들은 5G 시장의 확대를 비롯해 자율주행자동차 보편화에 따라 굴러다니는 메모리가 될 것이라는 등 시장은 항상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텔의 새로운 CPU 출시는 속도와 용량을 높이고 저전력 구동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DDR5와 호환이 되는 만큼 교체수요가 발생해 시장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