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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기업은행 ‘경영공백’ 해결 ‘인사제도’가 열쇠

 

[FETV=유길연 기자]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의 출근 저지가 13일 동안 이어지면서 기업은행의 경영 차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조합도 최근 투쟁의 목적은 윤 행장 사퇴가 아닌 '인사제도' 투명화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은 기업은행의 새로운 인사제도의 수용 여부에 따라 노사 타결의 시간도 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행장은 15일 기업은행 노조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했다. 이로써 윤 행장은 지난 3일 이후 열흘 넘게 출근길이 가로막혔다. 윤 행장은 현재 기업은행 본점이 아닌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13일엔 취임 후 처음으로 임원들과 경영현안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집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윤 행장이 출근이 늦어지면서 기업은행의 경영 공백도 커지고 있다. 당장 기업은행의 부행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인사가 미뤄지고 있다. 기업은행의 인사는 통상 1월 중순에 이뤄진다. 지난해에는 1월 15일에 단행됐다. 현재 기업은행은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5명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3곳의 CEO 임기는 이미 완료됐다.

 

부행장과 계열사 CEO 인사가 이뤄져야 실무진 인사 배치도 가능하다. 결국 기업은행이 새해 본격적인 업무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인사 진행이 시급하다. 따라서 시중은행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은행 입장에서 인사 지연으로 일에 차질을 빚는 것은 조직 차원으로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올해 금융권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인사 지체로 연초부터 삐걱거리는 것은 올 한해 경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까지 윤 행장 사퇴 문제로 노사가 갈등이 커질 가능성은 낮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행장 선임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정부기관의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간금융기관, 민간은행장들까지 그 인사에 정부가 사실상 개입을 했었다. 그래서 낙하산이냐 했었다"며 "(하지만)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다.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3.24%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국책은행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지분 7.91%를 합하면 실질적으로 정부의 지분은 60%가 넘는 셈이다. 기업은행 내규로도 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 대통령의 임명으로 선임된다. 경제적·법률적 측면 모두 정부의 인사권 행사는 문제가 없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노조도 윤 행장에 사퇴를 비롯한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노조가 낸 성명서에 윤 행장 퇴진에 대한 내용은 없다. 대신 투명한 인사제도를 확립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바라고 자율경영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이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내부 출신이 아니라고 반대해선 안된다’고 했는데 (노조는) 내부인사를 고집한 게 아니다. 낙하산 반대가 어떻게 내부 행장 요구인가”라고 말했다.

 

결국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려면 새로운 인사절차 도입을 포함한 타협안이 도출돼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은행 노동자들이 어떤 방식이든 인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 여부에 따라 빠른 타협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노동추천이사제' 도입을 내세워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노동추천이사제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다. 작년 초 기업은행 노조가 추진했으나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