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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조원태 저격 나선 조현아"…한진그룹 '경영권 전쟁' 3대 시나리오

조현민 한진칼 전무, 언니·오빠 갈등에 ‘캐스팅보트’ 가능성까지 거론
총수일가와 마찰 빚은 KCGI, 독자노선 이어갈 듯…반도건설 움직임 주목
KCGI, 반도건설·델타항공과 손잡으면 경영권 확보 가능…“최악의 시나리오”

 

[FETV=김현호 기자] 재계 13위 한진그룹이 위기에 놓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23일 조원태 회장을 공개 저격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두고 남매간 신경전을 넘어 전면전 양상으로 이어갈 분위기다.

 

조현아씨는 법무법인을 통해 ‘조원태 회장이 선대 회장의 경영유훈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매의 선친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별세하면서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11월 한진그룹 첫 정기인사 명단에서 조현아씨의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조원태 회장은 조씨의 최측근들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아씨가 선대 회장을 언급하며 조 회장을 정면 비판한 이유로 해석된다.

 

기존에 한진그룹의 시선은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정기 주주총회로 쏠려있었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게 되면 경영권을 잃게 된다.

 

한진칼 주총의 기본규칙 중 이사 선임은 참석 주주의 50% 이상의 찬성만 있다면 통과된다. 당초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28.94%다. 여기에 우호적인 관계로 알려진 델타항공의 지분 10%를 더하면 40%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조원태 회장의 연임에 대한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현아씨가 등을 돌린 가운데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도 높지 않아 한진그룹 총수자리를 둘러싼 ‘치킨게임’이 전개될 모양세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을 6.46% 보유하고 있다. 이어 조현아(6.43%),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어머니인 이명희(5.27%)씨 순이다.

 

남매간 갈등이 내년 주총까지 봉합되지 않는다면 한진그룹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명희, 조현민 전무의 선택과 한진칼 2대주주인 KCGI, 6.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건설 계열사까지 고려한다면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시나리오가 복잡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명희씨가 조현아씨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내년 주총에서 이러한 소문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두 모녀의 지분은 총 11.7%에 달한다. 조현민 전무까지 가세하게 되면 18.12%로 세력 다툼에서 우위에 서게 된다. 반도건설까지 끌어들인다면 24.4%의 지분으로 조원태 회장의 자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델타항공을 필두로 조현민 전무와 반도건설을 우군으로 확보해야한다. 이들의 지분은 총 22.7%에 달한다. 하지만 조 회장은 반도건설의 지분 확보에 대해 “만난적 없다”, “우호지분인지 모르겠다”고 답해 양측간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최근 추가 지분을 확보하며 한진칼 지분을 17.29%까지 끌어올렸다. 지금껏 KCGI는 총수일가의 경영권 견제를 지속적으로 보여 왔기 때문에 총수일가와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KCGI가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을 끌어온다면 33.57%의 지분을 확보해 한진그룹을 직접 경영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할 수도 있다”며 “이는 총수 일가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델타항공은 조양호 전 회장 시절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통해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은 돈에 의해 움직인다’는 명제아래 델타항공이 굳이 조원태 회장 측에 붙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한진그룹과 우호적인 것이지 조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분쟁에 주요 주주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한진그룹의 미래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분수령은 내년 주총이다. 총수유지, 총수교체, 총수일가 교체까지 세 가지 시나리오가 한진그룹의 태풍의 눈으로 들어간 모양세다. 조현아씨로 시작된 갈등의 종착점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