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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한국판 한델스방켄’ 꿈꾼다

우리사주조합 지분율 금융권 1위...배당수익률도 상위권
직원 높은 주인의식 바탕으로 '금융 종가' 명성 되찾나

 

[FETV=유길연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한국의 한델스방켄(Handelsbanken)이 되기 위해 뛰고 있다. 스웨덴 한델스방켄은 직원들의 높은 주인의식으로 바탕으로 43년 연속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으로 평가 받고 있다.

 

우리금융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을 업계 1위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에서 가장 협력적인 노사관계 구축했다. 우리금융은 직원들의 '주인의식'은 생산성 증가를 통한 '금융 종가'의 명성 되찾기의 큰 자산이 되고 있다. 

 

■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 지분율 업계 1위...20대 대기업의 5배 넘어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6.42%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하나금융(0.89%)에 비해 약 7배 높은 수준이다. 우리금융의 우리사주조합은 예금보험공사(17.25%), 국민연금(7.71%)에 이어 3대 주주다. 

 

우리금융은 민영화로 지주사 체제가 해체된 이후 우리은행 지난 시절부터 우리사주 비중을 높여왔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우리은행장 대행직으로 지휘봉을 잡기 시작하면서 우리사주 비중은 크게 늘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말 지분율 4%로 도입된 우리사주조합은 이후 4%대를 유지하다가 2017년 말 5.36%로 크게 올랐다. 이후 지난해 말에는 6.05%로 6%대를 돌파했으며, 9월말 기준 6.42%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우리사주 제도의 ‘무덤’과 같다. 2002년에 정부의 주도로 기존의 우리사주제도를 대폭 개선한 내용을 담은 근로자복지기본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2013년 말 기준 우리사주조합의 평균지분율은 1.29%에 불과할 정도로 제도의 실행 정도는 지지부진하다. 현재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국내 20대 대기업의 5배가 넘는 셈이다. 

 

우리사주제도는 노동자들에게 자사주를 취득하게 하는 제도다. 노동자가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해 자기회사의 주식을 취득, 보유하는 것이다. 근로자 재산형성, 기업생산성 향상 및 협력적 노사관계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우리사주제도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병룡 우리사주지원센터 전문위원의 논문에 따르면 우리사주제도가 경영참가와 함께 진행되는 경우 생산성증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또 생산성증가 효과는 물론 직무만족도 증대효과, 근로자와 관리자간의 상호신뢰 증대효과, 제품의 질적 개선, 근로자의 이직률과 결근율의 감소효과 등은 동시에 나타났다. 

 

■ 한델스방켄, 우리사주제도로 생산성 끌어올려...우리금융의 '롤모델' 

 

우리사주제도를 모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은행이 한델스방켄이다. 한델스방켄은 스웨덴 2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으로 꼽힌다. 이 은행은 스웨덴에서 43년 연속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엔 자기자본이익률(ROE) 13.9%를 기록해 높은 경영효율성을 냈다. 이는 작년 기록적인 수익을 냈던 국내 4대 시중은행이 기록한 8~9%대의 ROE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자산규모도 지난 2012년 기준 416조원을 기록해 올 3분기 시중은행 최대인 국민은행(378조원)을 이미 넘어섰다. 

 

한델스방켄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기 보다는 장기적 성과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원들의 동기부여에는 우리사주와 비슷한 제도인 ‘옥토고넨’ 펀드를 활용한 독특한 성과급 체계가 있다. 

 

한델스방켄은 업계 평균을 초과한 수익의 3분의 1을 전직원에게 똑같이 배분해 옥토고넨 펀드에 적립하게 한다. 옥토고넨은 한델스방켄 주식에만 투자하고 직원은 60세가 돼야 연금 형태로 수령할 수 있는 펀드다. 옥토고넨은 한델스방켄의 최대주주로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한델스방켄의 성과급체계를 하나의 모델로 여기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3년에 직원 5명을 한델스방켄에 파견했다. 국내 경제구조와 영업환경의 차이로 한델스방켄의 제도 자체를 그대로 도입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가 바로 우리금융의 우리사주 지분율 상승이다. 또 우리금융의 배당수익률(시가배당률)도 높은 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배당수익률은 5.8%로 하나금융(5.9%)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말에도 우리금융의 배당수익률은 4.2%로 2위였다. 금융주는 보통 고배당주로 분류된다. 작년 말 국내 20대 대기업 평균 배당수익률은 2.7%를 기록했다. 

 

 

■ 우리은행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DLF 사태 때 노조가 스스로 나서서 위기 진압

 

우리은행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애사심은 금융권 내에서도 높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이 높고 배당률도 높아 직원들의 사기가 높다”며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회사 문제에 대해 다른 은행 직원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손실률이 크게 불어나 어려움을 겪었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보여준 우리은행 노조의 행보는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지난 8월 말 DLF 사태가 문제가 될 당시 우리은행 노조는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두고 사측과 다투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사가 파생결합증권 사태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보다 협력을 통해 수습에 나서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사 간의 깊은 신뢰관계가 있어 가능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에서도 노사관계가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손 회장도 2017년 우리은행장 취임식에서 “조직의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하며 노사화합을 강조했다. 이에 손 회장은 작년 '주 52시간 근무제'를 은행권에서 최초로 도입하고 노조의 임금피크제 진입시기 연장안을 받아들여 일찌감치 임금단체협상을 끝냈다.

 

노조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였다.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며 손 회장의 주가부양 전략을 지원하기도 했다. 작년 8월부터 당시 우리은행장만 맡고 있던 손 회장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직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주사체제 전환도 노조가 먼저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은 출범한지 아직 1년도 채 안된 그룹이다. 우리은행이 전체 실적의 95% 가량 담당할 정도로 금융그룹이라고 불리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이 있기에 우리금융의 미래는 밝다. 우리금융이 최근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또 다른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