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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32>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끝없는 도전’..."2평 옷가게에서 인터넷은행까지"

대학교앞 2평 옷가게에서 매출 10조 그룹으로 이끌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젊은 이랜드’ 세대교체 적극 추진
내실다지기 마무리 후 인터넷은행 투자로 성장동력 찾는다

[FETV=김윤섭 기자]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이 최근 제3인터넷은행 컨소시엄 투자를 결정하면서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올 1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조직개편에 나서면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 나온 투자계획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추진한 그룹 재무 안전성 개선작업이 아직 진행형인 가운데 무리한 투자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다소 무거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계열사들은 여전히 자본잠식에 빠진 곳들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2020년에 그룹 창립 40주년을 맞는데다 마곡 사옥시대를 통해 재도약을 노리는 이랜드그룹 입장에서 급격한 온오프라인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투자가 꼭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2평짜리 옷가게에서 매출 10조원대 메이저 유통그룹으로

 

언뜻 보기에는 그룹의 사업방향과 맞지 않는 인터넷은행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던 데에는 박성수 회장의 추진력을 꼽을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앞 2평짜리 ‘잉글랜드’라는 이름의 옷가게로 사업을 시작한 박성수 회장은 이랜드로 회사명을 바꾼후 ‘의 식 주 휴 미 락’이라는 키워드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이랜드그룹을 매출 10조원의 그룹으로 키워냈다.

 

이 회장이 강조하는 '의·식·주·휴·미·락'은 ▲의류 ▲외식 ▲건설, 가구, 생활용품 ▲호텔, 리조트 ▲백화점 ▲테마파크, 여행을 뜻한다. 중국에 진출하며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데코와 뉴코아, 해태유통, 태창 내의사업과 한국까르푸 등 20여 개의 브랜드를 인수합병해 몸집을 키웠다.

 

박성수 회장은 이랜드그룹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대외활동이나 언론 노출이 거의 없이 내부 경영에 집중했다. 그가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대외활동은 지나칠 정도로 자제하는 대신 박성수는 ‘카니발’ 미니밴을 타고 전국 곳곳의 매장을 수시로 돌고, 1년의 절반을 해외 출장으로 보냈다. 외부 노출을 꺼리는 것과 달리 사내에선 사업부별 강연과 각종 행사를 통해 직원들과 꾸준히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4년 창립 33주년 기념식 때 은퇴하는 임원들에게 명예졸업장과 함께 메달을 걸어줬다. 회사를 ‘졸업’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식구들을 축복하기 위한 선물이다. “회사는 인생의 학교”라는 그의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올 1월 여동생인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에 나섰고 이어 주요 사업부문별 대표에 30-40대 CEO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최종양 이랜드리테일 부회장과 김일규 이랜드월드 부회장과의 신구조화를 완성했다.

 

두 부회장은 박성수 회장이 이랜드를 창업했을 시기부터 30여년간 그룹을 이끌어오고 있는 개국공신들이다. 일각에서는 파격적으로 발탁한 젊은 CEO들과 베테랑간의 호흡문제가 제기됐으나 오히려 박성수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들의 경영활동이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199년 지식경영을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기업의 핵심가치로 삼은 것도 박성수 회장이었다. 지식경영이란 전 직원이 현장에서 취합한 시장자료와 신사업 아이디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매년 4000건 이상의 지식을 선별하고 이 가운데 5%는 기업 비밀로 지정해 따로 관리했다.

 

또 지난 2008년에는 국내 진출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한국·중국 판매권을 인수해 5년만에 15배 이상 성장시킨 사례도 유명하다.

 

이랜드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인점도 업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랜드그룹의 최근 행보는 외형 확장이 아닌 내실 다지기에 집중돼있었다. 이랜드그룹은 2016년 그룹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315%까지 치솟으면서 재무 건전성 위기를 맞으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은 2017년부터 그룹 주요 브랜드 일부를 매각하고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했고 부채비율을 2018년 말 기준 172%까지 낮췄다. 또 자산 매각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주력브랜드인 패션브랜드 ‘티니위니’(8770억 원), 모던하우스 사업부(7100억 원)을 각각 매각하고 수익이 잘 나지 않던 중국 식음료 사업도 중단을 결정했다.

 

이랜드파크의 대표로 재무전문가인 윤성대 대표를 30대라는 젊은 나이에도 파격적으로 발탁한 것도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랜드파크는 외식사업부분을 물적 분할해 외식전문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식사업부문에 1000억 원 규모의 외부 자본을 유치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번 거래로 이랜드파크의 부채비율은 210% 초반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해 말 이랜드파크의 부채비율이 낮아지더라도 여전히 이랜드그룹 부채비율(연결기준) 172%보다 높은 데다 그룹 차원에서 150%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표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이랜드파크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인 예지실업과 이랜드크루즈, 투어몰 등의 재무건 전성이 심각하다는 점도 재무 전문가인 윤 대표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이랜드파크가 이랜드그룹 계열사 가운데 재무 건전성이 가장 안 좋은 곳들을 품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기준 예지실업 부채비율은 4354.5%이며 이랜드크루즈와 투어몰은 자본잠식 상태다.

 

 

◆ ‘내실 다지기’ 끝낸 이랜드 ‘인터넷은행’ 승부수 던지다

 

박성수 회장의 도전은 그룹의 회복세가 두드러지자 금융업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1일 이랜드그룹은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가 대주주인 제3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의결권 기준 1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며 오는 12월중 예비인가가 확정되면 내년에 187억원을 납입할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스마트폰 금융 앱(응용프로그램) 토스의 운영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 34%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랜드 관계자는 "금융업 진출의 목적보다는 이종 사업과의 융복합을 통한 혁신과 초경쟁 시대에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가 자체 결제 시스템인 'L페이', 'SSG페이'를 통해 단골 고객 확보에 나선만큼 이랜드도 자체결제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야했다. 모바일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점도 이번 컨소시엄 참여의 이유로 꼽힌다.

 

이랜드는 올 1월 통합 멤버십인 ‘이포인트’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고 300만명 정도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21년까지 2000만명 활성회원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이번 컨소시엄을 통해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랜드는 이번 컨소시엄 참여로 금융 및 핀테크와 접목해 패션·유통시장의 우위를 선점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랜드가 운영 중인 SPA 등 대형 패션 매장에도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서비스가 결합된 매장 구현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월드는 온-오프라인 운영을 통해 고객 노하우와 광범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패션기업"이라며 "이종 사업과의 융복합을 통한 혁신과 초경쟁 시대에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이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사업의 자금적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이번 주주사로 참여하는 곳 역시 비바리퍼블리카와 SC제일은행, KEB하나은행, 중소기업중앙회 등 자금적 어려움이 없는 곳들이다.

 

케이뱅크가 압도적인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출범해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자본 확충을 견딜 수 있는 주주가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점은 이랜드에게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수 회장에게 2020년은 매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재도약하는 시기이자 이랜드리테일 상장, 제3인터넷은행 컨소시엄 등 굵직한 사업들도 남아있다. 또 재무구조 악화 이후 악화된 시장의 평판도 다시 회복해야하는 입장이다.

 

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전환작업도 이랜드리테일 상장이 이뤄져야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은 2017년 5월 ‘이랜드월드→이랜드리테일→이랜드파크’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를 이랜드월드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사 형태로 전환하기로 했다.

 

■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프로필

 

▲ 1953년 출생 ▲ 1971년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 1976년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1980년 이랜드 창업 ▲ 1986년 이랜드 대표이사 ▲ 1998년 이랜드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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