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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정일문 한투증권 대표, '현장중심' 앞세워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앞으로

총 300만km 돌며 고객 유치...비명문대 설움 딛고 CEO 올라
취임 이후 최대 실적 달성...IB·자기매매 이익 증가

 

[FETV=유길연 기자] "사장이 된 후 늘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해왔어요" (2019년 하반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 중)

 

대형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절반 이상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다.  증권사만이 아니다. 한 기업평가업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500대 기업 CEO 가운데 SKY 출신 비중이 42.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에서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CEO가 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이러한 비 명문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철저한 '현장중심' 으로 극복했다. 자동차를 3년에 한 번 바꿀 정도로 전국을 누비며 고객을 관리한 결과 그는 맡은 분야마다 성공을 거뒀다. 또 정 사장은 한투증권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서자마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의 현장중심 경영 덕분에 한투증권은 올해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 가입에 대한 전망도 점점 밝아지고 있다. 

 

■ 비 명문대 출신, 현장 중심으로 IB 대가 ‘우뚝’
정 사장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8년 한신증권에 공채로 입사했다. 한신증권은 동원증권을 거쳐 지금은 한투증권이 됐다. 정 사장은 입사 초 시장부에 지원해 근무하다 투자금융(IB)부로 옮겼다. 당시는 기업공개(IPO)나 회사채 발행 등 증권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 수익을 올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비명문대·비인기 분야에서 일한다는 불리함을 이겨내기 위해 철저히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 전국을 누볐다. 그는 한번이라도 더 고객을 찾아가고 현장에서 고객을 우선하는 진정성을 전하는 게 IB의 역량이라고 확신했다.

 

정 사장은 당시 영업 현장을 찾아 이동한 거리가 300만km에 달한다고 말한다. 임원이 되기 전과 후 자동차로 각각 100만㎞씩 달렸다. 여기에 입사 뒤 비행 누적 거리가 100만㎞라고 한다. 또 고객사 방문 시 알고 있던 길을 피해 다른 길로 다니면서 새로운 고객사를 찾았다. 처음 보는 기업 이름은 적어뒀다가 나중에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갔다.

 

이러한 그의 현장 중심 영업은 벤처 열풍이 거셌던 1990년대 후반부터 결실을 맺었다. 당시 벤처기업들로부터 IPO 주관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봇물처럼 밀려들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지난 2004년 차장에서 부장을 건너뛰고 바로 상무보로 특진해 증권가의 화제의 인물이 됐다.


정 사장은 지난 2004년 투자은행(IB)본부의 주식발행(ECM)부 상무, 2005년 IB본부장, 2008년 기업금융본부장 등을 거쳤다. 2016년 개인고객그룹장으로 옮기기까지 27년간 IB 분야에서 활약하며 국내 최고의 IB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특히 IPO 대가로 통한다. 지난 2004년 한국과 미국에 동시 상장한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2007년 삼성카드, 2010년 사상 최대 IPO 기록을 세운 삼성생명 상장은 그의 작품이다. 2005년 상장한 SNU프리시젼(현 에스엔유)은 코스닥 IPO 최초로 해외 투자자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 위기에서도 빛난 ‘현장중심’
승승장구하던 정 사장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그가 기업금융본부를 이끌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다. 수많은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 증권사들은 앞 다퉈 IB 조직을 줄여나갔다.

 

하지만 정 사장은 현장으로부터 습득한 ‘감’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그는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채권담당 부서를 강화했다.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의 채권 발행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 판단했다. 그의 예측은 적중했고 채권시장 점유율이 1%가 채 안되던 한투증권은 이후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정 사장은 2016년 IB조직을 떠나 개인고객그룹장이 됐다. 이 때도 전국 지점을 돌며 직원들과 소통했다. 이러한 노력은 한투증권의 수탁액 순위를 3위에서 지난해 2위로 끌어올렸다. 수탁액을 늘린 비결은 IB와 자산관리(WM)의 결합이었다. IB 분야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 사장은 공모 부동산펀드 등 대체투자 상품을 앞세워 공격적인 성향의 개인투자자 자금을 모았다. 2017년 11월 시작한 발행어음으로 안정 성향의 투자자 자금도 유치했다. 

 

 

■ 취임 직후 최대 실적...영업이익 1조원 전망 밝혀
정 사장은 이러한 실적을 인정받아 올해 초 CEO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취임과 함께 위기는 또 찾아왔다. 정 사장에게 CEO자리 자체가 위기였다. 전임자는 증권사 최장수 CEO 기록(12년)을 세운 유상호 전 사장(현 부회장)였다. 유 전 사장은 한투증권을 실적 1위로 올렸다.  이런 유 전 사장과의 비교는 정 사장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주위의 우려를 금방 불식시켰다. 정 사장은 CEO로 취임한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투증권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5186억원, 4042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간다면 올해 증권사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투증권이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정 사장이 취임 초 강조한 IB와 자기매매부문의 실적 덕분이다. 정 사장은 취임식에서 “지난해 기준 리테일이 30%, IB에서 70% 비중을 차지했으나 올해 짐작컨대 리테일에서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에 우리가 잘 하는 IB나 자기자본 운용 파트에서 분발해 목표치 달성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IB 전문가인 정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한투증권의 올해 상반기 IB 수수료수익은 14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75억원)에 비해 약 49%(447억원) 늘었다. 특히 기업의 인수·합병을 주관하고 자문해 얻는 수익인 매수 및 합병수수료 수익이 같은 기간 2배 넘게 늘었다. 따라서 한투증권은 전체 증권사 가운데 IB수수료수익 부문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기매매 부문에서는 올 상반기 한투증권이 단연 1위를 거뒀다. 올 상반기 한투증권의 자기매매 이익(연결기준)은 3182억원으로 작년 동기(1714억원)에 비해 약 86% 급증했다. 2위인 NH투자증권에 비해 약 400억원 많은 수치다. 작년 상반기 주식 관련 자기매매 이익은 58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올 상반기 1633억원의 이익을 낸 것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또 저금리로 인해 상반기 채권 자기매매 이익도 작년 동기에 비해 83% 늘어난 4123억원을 기록했다.  


■ 아쉬운 WM실적, 각종 구설수...발로 뛰는 경영 더 발휘해야
하지만 한투증권의 WM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특히 정 사장이 취임 당시 WM와 IB의 시너지효과를 강조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부분이다. 

 

정 사장은 “우리 회사는 은행 계열사나 대기업의 지원도 없이 오로지 증권업으로만 성장했기 때문에 계열사와 본부간 시너지 창출은 우리의 생존 과제”라며 “앞으로 당사 본부평가에서 투자은행과 자산관리상품 혹은 종합금융과의 연계 등 협업 시너지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그에 대해 확실히 평가,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투증권의 올 상반기 WM수수료수익은 77억원으로 작년 동기(133억원)에 비해 42%(56억원) 줄었다. 대형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이로 인해 한투증권의 WM수수료수익은 8개 대형증권사 가운데 같은 기간 3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물론 올 상반기 증시부진이 이어졌지만 NH투자, KB증권, 신한금융투자는 WM수수료수익이 오히려 오른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한투증권의 WM실적을 크게 개선된 IB 부문 실적에 비춰봤을 때 아직 WM·IB부문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정 사장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IB·WM 시너지를 통한 WM 실적 끌어올기인 셈이다.

 

또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각종 이슈도 정 사장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한투증권은 다양한 이슈로 압수수색을 당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5일 검찰은 23·24일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삼성바이오의 코스피 상장 대표 주관사였기 때문에 상장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사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콜옵션 공시를 고의로 누락하고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난 7월엔 코오롱티슈진과 관련해서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인보사’ 사태로 상장 폐지가 결정된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이 당초 회사가 밝힌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 허가를 취소했으며 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더해 한투증권은 정치권 이슈로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 5일 영등포지점이 이른바 ‘조국 펀드’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지점에 있는 김 모 PB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를 시도하는 등 증거인멸을 한 혐의 때문이다. 

 

또 전산사고 재발 방지도 정 사장이 집중해야할 부분이다. 지난 16일 한투증권에서는 전산시스템 미비로 실제 발행한 채권 물량을 넘어서는 매도 주문이 시장에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JTBC 회사채 800억원어치에 대한 매도 주문이 이날 오전 9시12분(300억원)과 9시13분(500억원)에 한투증권을 통해 채권시장에 나왔다. 물량은 이 회사채의 총발행액(510억원)보다 많았다. 주문 직후 증권사 측이 거래를 취소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자증권제도 시행 직후 이번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프로필


▲1982년 광주 진흥고 졸업 ▲1988년 단국대 경영학과 졸업 ▲1988년 동원증권 입사 ▲2004년 동원증권 기업콘텐츠관리(ECM)부 상무보 ▲2006년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IB)2본부 상무 ▲2008년 한국투자증권 기업연금본부장 겸 기업금융본부장 전무 ▲2012년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2015년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겸 퇴직연금본부장 부사장 ▲2018년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