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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정용진의 '초저가 승부수' 약발 받는다

‘초저가 전략’ 전진기지 이마트, 집객 효과 보여
노브랜드’ 품목 강화로 하반기 실적 반등 노린다
기대보다 못한 SSG닷컴 쿠팡 잡을수 있을까

 

[FETV=김윤섭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마트 초저가 실험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맞았다. 이마트는 연초에 이어 지난 8월부터 국민가격 프로젝트 2탄을 선보이며 이커머스 대비 낮은 가격에 일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집객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2분기 이마트 매출액은 3조45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고, 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마트가 분기적자를 낸 건 창립 26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실적 만회라는 과제를 맞이하게 됐고 ‘국민가격 프로젝트’와 ‘노브랜드’ 상품군 강화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 이마트 8월 총매출 전년比 4.4% 증가세 반등='정용진표' 초저가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양새다. 할인점 매출이 두자릿 수 신장률을 보이며 이마트 전체 매출을 들어올린 것이다. 물론 이른 추석의 영향도 있지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고수한 ‘상식 이하의 가격’이 성과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지난 8월 1조3489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월에 비해서는 11.6%,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4.4% 증가한 수준이다. 이마트의 총매출이 플러스 전환을 한 것은 그동안 부진했던 할인점(마트)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할인점의 총매출액은 1조241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1.7%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트레이더스(22.8%)와 전문점(28.2%)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데다 역성장을 했던 할인점까지 매출이 늘자 그룹 전체의 볼륨이 늘어난 것이다. 2분기 적자 전환 이후 부진한 전문점들을 정리하고 트레이더스 등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전문점을 선택해 투자한 효과를 본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그간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던 오프라인 기존점 신장률이 3.3%로 플러스 전환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트레이더스(3.9%)와 함께 할인점 점포(3.2%)도 올해 처음으로 플러스 신장률을 보이면서 이마트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이마트의 개선된 성적표는 지난 달 1일부터 본격화된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이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올초 “초저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라며 전사적으로 ‘상식 이하의 가격’을 주문하며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에 이마트는 8개월 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기존의 마진율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이마트만의 초저가 모델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공개했다.

 

꾸준한 국민가격 정책은 소비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4900원에 출시한 도스코파스 와인(750㎖)은 8월 한 달간 28만병이 팔렸다. 이번 달 역시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면서 누적 판매량은 44만병을 달성했다. 700원에 파는 물티슈(100매)와 1350원 짜리 워셔액(1.8ℓ)도 각각 25만개와 24만개씩 팔리며 이마트의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은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 발길을 끊었던 소비자들도 다시 불러들였다. 이마트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시작한 후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수는 지난 달보다 8% 증가했다. 특히 와인 구매자 중 55%가 최근 6개월 동안 같은 상품의 구매 이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와인’ 제품군에 신규 고객이 유입된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차 상품의 성공을 통해 국내 소비자의 초저가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마트 역량을 동원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핵심 상품을 초저가로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 ‘노브랜드’ 사업 확대 승부수 통할까?=정 부회장은 ‘노브랜드’ 브랜드를 이마트뿐만 아니라 계열사 전 영역에 확대하며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가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달 19일 노브랜드 버거를 론칭했다. 홍대점 오픈과 동시에 가성비 버거로 입소문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달 말 코엑스몰점 오픈 이후 연내 추가 출점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픈한 노브랜드 버거 1호점 홍대점은 하루 판매량이 평일 1500개, 주말 2000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연이어 오픈한 2호점 스타필드시티 부천점과 3호점 중화점도 하루 1000개 이상 판매하며 순항 중이다. 햄버거 전문점에서 하루 판매량이 1000개 수준이면 상당히 좋은 성적으로 평가된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브랜드 론칭 4주 만에 3개 점포에서 기록한 누적 판매량은 5만개를 넘어섰다.

 

 

노브랜드 버거는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해온 햄버거 전문점 브랜드 ‘버거플랜트’를 리뉴얼 론칭한 브랜드다. 가성비 버거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자 신세계가 기존 운영해온 ‘노브랜드’ 상표를 적용했다. 이에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 버거 가맹사업 시작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푸드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노브랜드 버거 정보공개서를 등록했다.

 

이마트 내에서도 노브랜드 제품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제품들과 노브랜드 제품을 품목 별로 함께 배치해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 판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브랜드 개별 매장 출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식료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전자기기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하며 최근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습관이 늘어남에 따라 인기를 끌고 있다.

 

◆ ‘쿠팡 잡을 수 있나’ SSG닷컴=초저가 전략의 성공과 노브랜드의 성공적 안착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SSG닷컴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 부회장의 숙제다. 소비에 있어 온라인이 대세로 떠오른 만큼 SSG닷컴의 성공은 향후 그룹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중 지급결제동향’ 중 ‘개인 신용카드의 주요 소비유형별 이용실적’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개인이 신용카드를 통해 전자상거래와 통신판매에 사용한 금액은 일평균 2464억원으로, 종합소매(2203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소매는 대형 할인마트와 편의점 등을 모두 포함하는 부문이다.

 

그동안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해온 종합소매가 1위를 내준 것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온라인 구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신설법인 SSG닷컴을 올해 3월 출범시킨 것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신세계는 SSG닷컴 신설법인에 1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상반기 거래액 1조3000억원, 매출액 384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거래액 7~8조(추정치), 매출 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2023년 거래액 10조라는 목표를 향해서는 순항하고 있지만 경쟁 상대로 봐야하는 쿠팡의 압도적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 부회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서 SSG닷컴의 새 CF를 공개하는 등 직접 홍보에 나선 바 있는데 일상 공개를 주로 하는 정 부회장의 SNS 계정에 기업 홍보물이 그대로 공개된 경우는 드문 일이다. SSG닷컴에 대한 정 부회장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초저가 정책과 노브랜드 확장 등 승부수를 통해 실적 개선에 성공한 정 부회장이지만 여전히 대형마트들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다. 하반기 정 부회장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