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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리틀 박삼구' 박세창, ‘포스트 금호그룹’ 재건 청사진 키워드는?

금호고속 21.02% 지분 보유하고 있는 박세창 대표, 경영 능력 보여줄듯
박삼구 전 회장 아들 박세창 채권단 요구 맞춤형 경영관리 승부수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 공고 7월 예상…재계 60권밖 중견그룹 변화 불가피

 

[FETV=김현호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7월 중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아시아나가 제출한 자구안을 채권단이 수용한지 3개월여 만이다. 한때 재계7위까지 올라섰던 금호그룹은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부채가 거의 없는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탈바꿈한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원태 금호아시아나그룹 부회장이 비상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금호측은 서둘러 외부인사를 영입해 안정경영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박삼구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박 대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고속의 2대 주주로써 그룹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전망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은 이렇다. 금호그룹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금호고속이다. 박세창 대표는 이 회사의 지분을 21.02% 보유하고 있다. 그는 박삼구(29.7%)전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이 이끌고 있다.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졌다.

 

그룹 회장이었던 박삼구 전 회장은 3월에 물러났다. 경영일선에서 빠진 것이다.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할 인물이 박세창 대표다. 아버지 회장에 이어 아들 회장으로 이어져야할 오너일가의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박세창은 아시아나IDT 대표이사다. 아시아나IDT는 항공 시스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시아나항공이 76.22%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이제 박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을 신호탄으로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오른다.

 

박세창 대표는 2005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했다. 이후 2014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감소했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35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6년도는 1201억원이 되며 영업이익이 더 추락했다. 지난 2016년 박세창 대표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중 하나인 금호타이어는 실적 악화로 2018년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박세창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아시아나IDT는 내부거래 금액이 50%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시아나IDT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6년에 55.0%, 2017년에는 60%를 넘어섰고 2018년에는 58.1%를 기록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경영난으로 그룹에 물러났다. 금호그룹측은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4.8%를 담보로 5000억원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요구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채권단은 “시장 신뢰 회복이 미흡하다”며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의 제안에 부정적이었다. 이미 박 전 회장과 박세창 대표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2.7%는 2015년 금호산업 인수 당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담보로 잡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삼구 부자(父子)는 급기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면담에서 매각의사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자구계획안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방안이 담았다. 채권단은 이를 수용했고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결정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의 매출을 상당부분 책임지고 있었다. 그룹 매출의 60%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2016~2017년도만 해도 해마다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같은 해 다른 계열사인 금호고속, 금호산업과 약 4배가 많은 이익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규모가 급격히 축소돼 중견기업으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매각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규모가 12조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재계 60위에도 미치지 못한다.

 

박삼구 전 회장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하는 등 무리한 사세 확장이 이른바 '승자의 독배'가 됐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지난 2009년 그룹 경영권을 산업은행으로 넘기는 상황가지 내몰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7월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5월 이세훈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아시아나 매각 입찰 공고가 빠르면 7월 안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은 전면매각 또는 분리 매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통매각 하는 것이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유발시켜 사측이 갖고 있는 3조6000억 수준의 부채를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44.2%), 에어서울(100%), 아시아나개발(100%) 등 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박세창 대표는 박삼구 전 회장에 뒤를 이어 경영권 승계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후 금호그룹은 차포(車包)를 모두 잃게 된다. 경영 능력까지 보여준 것이 없는 박 대표가 중견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금호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갈 수 있는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