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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감몰아주기 불식하라!”…‘현대글로비스’ 정의선의 고뇌

정의선 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권 확보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이용 전망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총수 되기…일감몰아주기 문제로 악재 겹친 현대글로비스
사익편취 규제안 통과되면 현대글로비스로도 지배권 확보도 쉽지 않아

 

[FETV=김현호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고심이 깊다. 그룹 지배를 하기 위한 지배구조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고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정리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다.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분확보를 통해 그룹의 지배권을 확보해야하지만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처리하지 않으면 시행령 개정을 통한 사익편취 규제로 인해 지분을 일정부문 처리해야할 문제까지 겹친다.

 

또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끌어올려 높은 가치로 처리하려고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회사로 지목된 곳이기도 하다. 현대글로비스가 정 부회장의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23.29%를 보유하고 있는 물류 전문 업체다. 정몽구 회장은 6.71%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1년 정몽구 회장과 정 부회장이 100% 출자해 설립됐고 4년 후 코스피에 상장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8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23.1%가 늘어난 숫자다. 매출은 12.6% 늘어나 4조2208억으로 나타났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7.6% 감소한 1060억을 기록했다.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신차 수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현대글로비스는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회사다. 이 회사는 2002~2004년 계열사 매출이 80% 달했다. 이후 내부거래 금액은 3조원 까지 치솟았다. 또 지난해는 내부거래금액을 줄이기 위해 매출조작 혐의까지 받았다. 당시 검찰은 현대글로비스가 세금계산서를 활용해 매출을 부풀린 혐의로 수사했다.

 

뒤숭숭한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승계에 나섰다. 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인 현대모비스와 합병을 추진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의 21.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의 지분확보가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사업 영역을 둘로 나누는 지주사 개편안을 내놨다. AS·모듈사업부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을 하고 미래차부품·투자사업을 존속 한다는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최대주주로써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처분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취득하고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결국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 등이 개편안을 두고 청사진이 불분명하고 총수일가에게 유리하다며 합병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같은 해 5월 철회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엘리엇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에도 불구하고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바빠질 전망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태스크포스(TF)는 정 부회장에게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나올 개편안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현대글로비스가 직접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아차는 현재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17.24% 보유하고 있다. 직접 인수를 통해 현대글로비스를 그룹의 정점에 두고 ‘정의선 시대’를 맞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 결과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드러날 경우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경영의 시작부터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정 부회장은 2015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9.99%에 맞추는 꼼수를 부려 비판에 시달렸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특수관계자로부터 70%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또 일감몰아주기, 즉 사익편취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 때문이다. 현재 대기업 총수 지분율 기준은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다. 국회의 계류 중인 개정안은 상장 구분 없이 20%로 일괄 조정하는 안을 담았다. 더군다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괄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면서 공전 상태에 있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행령 개정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공정위 개정안이 국회를 통화하거나 시행령이 개정된다면 정 부회장은 막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려 한다면 낮아진 지분율 만큼이나 그룹에 대한 지배력 확장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제시할 지배구조 개편안은 늦어도 올해 말까지 나올 전망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0.69%), 기아차(1.74%), 현대차(2.34%) 등 그룹 주요 회사의 지분이 매우 낮다. 따라서 어떻게든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 없는 경영권 승계는 상상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현대글로비스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라는 점은 현대글로비스를 정점에 두고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많은 지분율 만큼이나 많은 고통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