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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약


롤러코스터 타는 'K-팜'…울고 웃는 제약사

유한양행 1조원 규모 기술 수출, 코오롱·한미 ‘고배’
업계선 “개발 수준 높아졌지만 지나친 기대 금물”

[FETV=김창수 기자] 최근 들어 국내 유수 제약회사들간 향방이 엇갈리며 바이오업계 전반이 부침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유한양행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약 1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반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계약 해지라는 악재를 만났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신약 개발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한양행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에 대해 8억7000만달러(약 1조53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이 4000만달러(약 462억원)이며 향후 개발 단계별로 최대 기술료 8억3000만달러를 받는다. 제품이 출시되면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추가된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 호르몬과 지방 분해 호르몬의 작용을 촉진하는 항체 단백질 의약품으로 간의 지방 축적과 염증을 막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화학합성의약품에서 수차례 신약 기술 수출에 성공했지만 바이오의약품 신약을 기술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3일 최종 확정하고 오는 9일 취소키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 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주사액이다.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2액의 형질 전환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5월 28일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식약처는 행정처분 이유로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르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 일부가 허위로 밝혀졌다는 사실 등을 들었다.

 

식약처는 발표 사흘 만인 5월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식약처는 6월 18일 청문 절차를 거쳐 이날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식약처는 행정처분의 배경으로 “인보사 주성분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님에도 연골세포로 품목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았고 허가받은 내용과 달리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신장세포가 포함된 의약품을 제조·판매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앞선 식약처의 조사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주성분이 뒤바뀐 경위와 이유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허가취소 처분 확정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은 향후 1년간 인보사의 동일성분으로 품목허가 신청을 할 수 없다.

 

4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에 대해 사과했다. 다만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신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얀센이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HM12525A는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동시에 도와주는 비만·당뇨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로 지난 2015년 11월 한미약품이 중국,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 및 판매권리를 8억1000만달러(약 1조원)에 얀센에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했다.

 

얀센은 고도비만 환자 440명을 대상으로 HM12525A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한 바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최근 얀센이 진행 완료한 2건의 비만환자 대상 임상 2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인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으나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에서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얀센 측에서 알려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얀센이 권리 반환을 통보했으나 이번 임상 2상 결과를 통해 비만약으로서의 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라며 “향후 내부 검토를 통해 빠른 시일 내 개발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매출액 대비 20%에 육박하는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해 다국적 제약사에 신약 후보 물질을 기술수출해 왔지만 임상 과정에서 연이어 실패하면서 이제는 임상 및 기술수출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에이치엘비 자회사 LSKBiopharma(LSKB)가 진행한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3상 시험 결과가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달 27일 기업설명회를 열어 “리보세라닙은 플라시보 대조군 대비 더 좋은 OS 중간값을 보였고 이는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대비 유사한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통계적 유의성 분석 결과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OS가 최종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임상 결과치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부적인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부침은 글로벌 임상 노하우가 없는 국내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겪는 시행착오일 수 있다.

 

메가톤급 신약이 탄생하려면 글로벌 임상이 필수인데 국내 임상 경험만 있거나 아예 신약 개발이 첫 도전인 기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의 연구개발 수준은 전반적으로 크게 높아졌으나 다만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임상 노하우가 부족하다 보니 임상 설계나 데이터 분석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라며 “리보세라닙, 메지온 등도 후보 물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 임상 경험이 적다 보니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약 개발과 실패는 다국적 제약사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므로 시장의 지나친 기대감과 공포를 덜어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애브비, MSD, 길리어드 사이언스, 테바, 아스트라제네카 등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은 안전성 문제나 목표치에 미달한 효능으로 진행하던 임상을 중단한 바 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임상 목표치 미달이나 실패로 시장 전체가 큰 영향을 받는 것보다는 해당 파이프라인이 다른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나 다음 연구에 주목하는 것이 기업과 투자자에게도 더 긍정적일 것”이라며 “기업도 투명하고 가감 없는 설명으로 시장의 기대감을 적정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는 과열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과열된 시장을 진정을 위해선 기업의 투자 창구가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다면 기업들이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 상장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해지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렇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린다면 회사나 연구원들이 창업할 때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일반 투자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