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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

무리한 인수·합병에 날개 꺾인 박삼구 회장의 꿈

대우건설 등 인수로 한때 재계 7위, 10대 그룹 반열 오르기도
인수합병 등 과욕으로 유동성 위기 '발단'…중견그룹 내몰릴 처지

 

[FETV=김윤섭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달 말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데 이어 15일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재벌 총수로서의 위상은 모두 잃게 됐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3남으로, 2002년 형 고(故) 박정구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을 맡은 지 17년 만에 그룹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결과를 떠안았다.

 

금호아시나그룹은 고 박인천 회장이 1984년 세상을 떠난 뒤 첫째 아들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뒤를 이었고 1996년 둘째 동생인 고 박정구 회장, 2002년 셋째인 박삼구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는 '형제경영' 체제가 이어졌다. 65세가 되면 동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가풍도 만들었다.

 

박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회사를 재계 서열 7위로 '10대 그룹'의 반열에 올려놨다.

 

그러나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인수가격을 써내면서 불행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당시 시장 예상가보다 2조원 이상 높은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3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차입하며 '승자의 저주'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인수 직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금융권의 차입 대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결국 2009년 6월 대우건설 지분을 재매각하기로 하는 등 포기 수순을 밟는다.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2009년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다른 계열사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고,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신청하는 등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사이가 틀어지며 이른바 '형제의 난'을 벌였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자 박삼구 회장이 동생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고,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퇴진하는 등 강수를 뒀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후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 항공·건설·운수부문을,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부문을 나눠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렌터카와 대한통운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한차례 유동성 위기를 넘긴 박삼구 회장은 2010년 11월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그룹에 복귀해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금호석유화학을 시작으로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이 차례로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주요 계열사가 회생하면서 박 회장은 그룹 재건에 도전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채권단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50%+1주)을 사들이는 데 주력했다. 금호산업만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를 모두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과의 밀고 당기기 끝에 박 회장은 2015년 9월 24일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날 인수대금을 완납함으로써 그룹을 다시 품에 안았다.

 

이후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금호타이어 인수를 천명했으나 불발됐다.

 

박 회장은 2017년 9월 6천300억원대 금호타이어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으나 시행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박 회장은 같은 해 9월 금호타이어 경영 포기를 공식 발표했고, 11월 재인수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히면서 사실상 그룹 재건 중단을 공식화했다.

 

대신 그룹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올해를 그룹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미 재무적으로 허약해진 그룹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등 악재가 겹치며 더는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제출기한을 하루 넘긴 지난달 22일 공시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것이 결정타가 되면서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27일 회장직 사퇴 결단을 내렸다.

 

박 회장은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회장직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회복을 위해 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그룹 유동성 개선을 위해 지난 9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맡길 테니 채권단에 5000억원의 지원을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으나 채권단은 이를 거부했다.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안이 퇴짜를 맞은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채 재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을 막기 어려워졌고 회사채 재발행에 실패할 경우 1조원이 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조기 상환돼 유동성에 치명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박 전 회장 등 금호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는 이상 지원은 힘들다고 박 회장을 압박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측은 지난 주말 채권단과 재협의를 시작했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약속했다.

 

15일 금호아시아나 지분 매각 결정이 이사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만 남는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한때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려놓고 10대 그룹 총수를 희망했던 박삼구 회장의 원대한 꿈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함께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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