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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


한때 재계 7위에서 중견기업으로…‘그룹’ 붙이기도 민망해진 금호

"그룹 매출·자산의 60% 아시아나항공이 담당…사세 3분의 1로 줄 것"

 

[FETV=김윤섭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기업 수준으로 사세가 급격히 축소될 전망이다. 지분 매각으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 등 3개 계열사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한때 재계 7위로 '10대 그룹' 반열에 올랐던 회사의 위상도 60위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1988년 2월 창립한 아시아나항공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 83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며 22개국 64개 도시에 76개 국제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로 성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6조2012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 9조7329억원의 64%를 차지한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작년 매출이 각각 1조3767억원, 4232억원인 것과 비교된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살림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산 규모 역시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말 별도 기준 자산은 6조9250억원으로, 그룹 총자산(11조4894억원)의 60%를 차지한다. 그룹에서 가장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그룹 전체 자산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다. 이 경우 금호그룹 자산 규모는 4조5000억원대로 주저앉아 재계 60위권 밖으로도 밀려날 전망이다.

 

지난해 재계 순위 59위 유진의 자산 규모가 5조3000억원, 60위 한솔이 5조1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0위권 턱걸이도 힘들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합병(M&A) 승부사로 불리던 박삼구 전 회장이 2002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세 확장기를 맞았다. 박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했고, 당시 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까지 불어나면서 재계 순위가 7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충분한 자금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계열사 인수로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치며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그룹은 2009년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경영권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매각됐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하면서 그룹 재건에 나섰지만,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이 자금 압박으로 무산되면서 그의 꿈은 무산됐다.

 

재계와 금호그룹 내부에서도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차입 경영이 결국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에 이르게 한 중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설립 이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16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수익이 개선됐다.

 

매출은 2016년 5조7635억원, 2017년 매출 6조5941억원에 이어 지난해 7조183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6년 2564억원에서 2017년 2456억원을 거뒀고, 작년에는 282억원에 그쳤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아시아나도 살길을 찾고, 금호그룹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신용등급 상향 등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룹 입장에서는 사세가 급속히 축소되면서 경제계에서 미치는 영향력도 급속히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