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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人文學


하정우는 왜 감자를 먹었을까?

  • 기자
  • 등록 2019.03.28 09:02:23
  • 수정 2019.03.28 09:04:06

 

[이주익=영화제작자] 우리나라 배우 가운데 먹는 장면으로 가장 유명한 이는 단연 하정우다. ‘하정우 먹방’이란 말로 동영상 검색을 하여보면 그가 출연한 여러 영화에서 보여준 가지가지 음식을 먹는 장면이 줄줄이 나온다. 하정우의 ‘먹방 모음’, ‘먹방 편집’등의 제목이 붙은 동영상도 꽤 되는 걸 보면 가히 먹는 모습 연기의 일인자라고 평가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는 수평으로 벌어지는 입 모양에 거슬러 샌드위치를 수직으로 입에 넣고 먹는다든가, 부셔먹어도 될 구운 김인데 입을 엄청나게 크게 벌려 한입에 먹어버리는 등 갖가지 ‘신공’을 ‘시전’하지만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장면은 역시 영화 ‘황해’에서 보여주는 감자 먹는 모습이다. 영화에서 그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남의 집에 들어가 이것저것 뒤지다 감자 몇 알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감자를 삶아서 후후 불어가며 껍질을 벗겨 맛있게 먹는다. 이 장면이 필자에게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그 대목에서 감자라는 식품이 가진 여러 가지 특징과 매력이 잘 살아났기 때문이다.상상을 해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다가오는 위기 속에서 주린 배를 채워야 하는 도망자가 있다.

 

들어간 남의 집 부엌에서 발견한 게 쌀이었다면 그는 쌀을 씻어 안치고 밥을 지어야 할 것 이다. 그 순간에 야수 같은 사나이의 거친 모습과 긴박감은 사라지고 만다. 발견한 게 라면이었다면 어땠을까. 야밤에 공부나 게임을 하다가 출출해서 방에서 나온 젊은이의 모습이 어울린다. 누군가가 밥을 짓는 모습에는 평화와 아늑함이 깃들어 있고 라면을 끓이는 모습에는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의 이미지가 중첩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그 장면에선 감자가 어울린다. 아니 거기에 있는 게 감자여야만 했다. 필자의 고향은 강원도이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도 감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자기 손으로는 감자 한 톨 심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감자이야기가 나오면 누구에게도 지기 싫은 묘한 자존심도 있다. 이 글은 하정우의 감자 먹는 장면에서 출발하는 위대한 식량 감자에 대한 이야기다. (중략)  더 보고 싶은가요?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