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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人文學


전쟁과 혹한의 나라, 러시아의 식탁

  • 기자
  • 등록 2019.02.26 09:11:58
  • 수정 2019.02.26 09:12:31

 

[이주익=영화제작자] <닥터 지바고>의 초반부에는 혁명전야의 모스크바 시내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눈이 쌓인 추운 밤거리에 시민들이 몰려나와 시위를 벌인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다. 평화적 시위를 하는 이들에게 차르의 기병대는 가차없는 무력진압을 행한다. 숱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다친다.

 

호화로운 실내장식으로 꾸며진 고급 레스토랑에서 춤과 미식을 즐기던 선남선녀들은 잠시 베란다로 나와서 바깥의 소동을 강 건너 불 보듯 무심히 보고는 다시 은은한 실내음악이 흐르는 따스한 실내로 들어간다. 이날 저녁 레스토랑의 손님들 가운데에는 여주인공 라라가 있다. 그녀는 나이는 어리지만 타고난 매력을 뿜어내는 이미 성숙한 여인의 자태가 돋보인다. 그의 데이트 상대는 다른 사람도 아닌 어머니의 연인 빅토르 카마로프스키다.

 

빨간 융단이 깔린 실내의 고급 테이블에서 웨이터가 주문을 받는데, 카마로프스키는 ‘가스꼰느풍 송아지 간(foie de veau Gascogne) 요리를 시킨다. 이 식당의 메뉴는 당연히 프랑스 요리다. 라라는 아예 불어로 햄(jambon) 요리를 시킨다. 제정 말기 러시아 상류사회에서 프랑스어를 많이 사용하고 프랑스 문화에 젖어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 가지 여담으로, 간이라는 부위는 뭔가 야성적인 이미지를 내포한다.

 

핏덩어리와 같은 간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사자들이 집단사냥을 하면 간은 무리에서 제일 센 놈이 먹는다고 했던가. 영화 속 이 장면에서도 간 요리를 시킴으로써 카마로프스키의 냉혹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복선으로 깐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때 밖으로 지나가는 데모행렬의 현수막에는 굶주린 시민들의 ‘빵을 달라’는 구호가 씌어있다.귀족들의 사치와 향락과 대비된 서민들의 고난과 희생은 다가올 혁명의 예고편처럼 비쳐진다. 시간이 몇 년 흐른 뒤,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토냐와 결혼을 한 지바고는 종군의사로 전쟁터에 나갔다가 제대를 한다.

 

돌아와 보니 저택은 소비에트 위원회에 접수되어 공동주택으로 바뀌어 있었고, 자신의 가족은 집주인에서 쪽방을 얻어 사는 신세로 바뀌어 있었다. 돌아온 첫날 저녁 토냐가 차린 저녁을 마치자 장인이 힌트를 준다.저녁이 맛있었다고 한 마디 부인에게 건네주라고. 그제서야 지바고는 돌아올 남편을 위해 샐러미 소시지 하나를 겨우 구해서 세 달을 아껴두었다는 사실, 벽시계를 주고서 커피를 구해왔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된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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