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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균의 Zoom - 人

[정해균의 Zoom-人] 발걷음 하나하나가 곧 새 역사가 되다

[FETV=정해균 기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달 초 설립 1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로런스 컬프 이사회 의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컬프 회장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4년간 미국 산업 의료기기 회사인 다나허코퍼레이션에서 CEO로 활동했으며 올 4월 GE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그 이전까지 GE와는 인연이 없었다. 첫 외부 출신 CEO 발탁은 그만큼 GE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컬프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GE 같은 상징적 기업을 맡아 달라고 요청받은 것은 특권이다"고 말했다.  컬프 회장은 38세인 2001년 다나허코퍼레이션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그 후 13년 동안 매출을 5배 키웠고 기업가치도 1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올려놓았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1억4100만달러(약 1600억원) 보수를 받아 '미국 연봉킹'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 재계에도 걸프 CEO 처럼 이미 이룰 것은 다 이룬 것 같지만 늘 새 목표를 세우고 동기부여를 얻어 나아 가는 경영자들이 있다. 흔히 역사란 용기를 갖고 도전하는 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새로운 역사가 되는 이들의 모습은 도전을 꺼리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 박근희, 실업고·지방대·삼성 부회장·CJ 얼굴로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은 CJ그룹 지주사인 CJ주식회사 공동대표를 맡아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박 부회장은 손경식 회장과 김홍기 총괄 부사장과 함께 CJ주식회사 공동 대표를 맡아 그룹 대외 업무를 포함, 경영 전반을 총괄한다.

 

박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실업고와 지방대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고 삼성그룹 부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청주상고(현 대성고)와 청주대(상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삼성 공채(19기)로 삼성SDI(옛 삼성전관)에 입사했다.

 

그룹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 삼성캐피탈·삼성카드 사장, 삼성그룹 중국본사사장, 삼성생명 사장·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15년 삼성생명 고문을 맡으며 사실상 은퇴한 박 부회장은 지난 8월 CJ에 영입됐다. 오랜 기간 갈등 관계였던 삼성과 CJ가 박 부회장 영입을 계기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 부회장은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하자 이를 책자로 만들어 협력업체에까지 전파해 ‘신경영 전도사’로 불렸던 일화도 유명하다. 김원갑 현대종합상사 부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진철훈 동일건축 회장 등이 ROTC(14기)동기 기업인들이다.

 

 

○ 박성욱, 기술통 ·사상최대 실적·부회장 승진

 

매출 11조4168억원, 영업이익 6조4724억원. 지난 3분기 분기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의 성적표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무려 57%를 기록했다. 제품 1000원어치를 팔아 570원을 남긴다는 얘기다. 제조업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승자의 저주’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시달렸던 SK하이닉스는 현재 SK그룹 여러 계열사 중 가장 잘나가는 회사가 됐다. 그 중심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있다. 박 부회장은 올해까지 6년간 SK의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전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들과 좀 다르다. 직전 권오철 전 사장(현 SK하이닉스 고문)은 재무·전략·기획에 능했고, 그 이전 김종갑 사장(현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의 관료다. 반면 박 부회장은 ‘기술통’이다. 1984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한 뒤 34년 동안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2013년 2월 박 부회장이 취임할 무렵, 시장은 이런 박 회장의 이력으로 경영 능력에 대해 물음표를 달았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취임 1년 만에 SK하이닉스를 대규모 흑자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말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SK그룹 내 최고 실력자 중 한명이 됐다. 박 부회장은 지난 3월 전자진흥회, 디스플레이협회와 더불어 국내 3대 전자업계 단체 중 하나인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에 재선임 됐다.

 


○ 최정우, 최초 비엔지니어·서울대 출신, 7년 만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

 

포스코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非)엔지니어 출신으로 회장에 발탁된 최정우 회장이 지난 7월 취임 이후 첫 성적표를 받았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철강·건설·에너지 부문의 고른 실적 개선으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6300만달러·716억원)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 달성 등 국내외 주요 계열사 실적 호조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포스코는 3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한 16조4107억원, 영업이익은 36% 증가한 1조5311억원을 올렸다.  포스코가 분기 기준 영업이익 1조5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9%포인트 상승한 13.8%로 4분기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이어갔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포스코는 연결과 단독 기준 매출액을 각각 연초 계획 대비 2조9000억원, 1조7000억원 늘어난 64조8000억원, 30조7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 회장은 동래고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2000년 민영화 이후 최초 비서울대 출신 회장이다. 그는 재무관리·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이후 정도경영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 철강 이외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았다. 2015년 7월부터는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을 역임하면서 그룹 구조조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 유상호, 최연소CEO·11연임·사상 최대 규모 당기순이익

 

금융계의 최장수 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3월 11연임 기록을 세웠다. 유 사장의 임기는 2019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지난 2007년 47살에 최연소 CEO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국투자증권 사장 자리에 오른 유 사장은 12년째 경영자로 근무중이다. 증권업계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이 3년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11번째 연임 기록은 좀처럼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유 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하며 공을 들인 일은 유명하다

유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5개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유일하게 단기어음 발행업무를 인가받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5253억원)을 달성하는 등 뛰어난 실적을 냈다.

 

유 사장은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을 거쳐 1988년 당시 증권업계 1위였던 옛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했다. 1992∼1999년 대우증권 런던법인 재직 시절에는 당시 한국 주식 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해 '전설의 제임스(유 사장의 영어 이름)'로 불리기도 했다. 메리츠증권, 동원증권 등에서도 경력을 쌓았으며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2005년에 부사장이 됐고 2007년에 한국투자증권 사장 자리에 올랐다.

 

 

○ 최규남, 금융통·최장수 항공사 CEO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5월 SK그룹 수펙스추구위원회 글로벌사업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공업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공인 재무분석사(CFA)로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부 부장, 보광 창업투자 고문, 한국게임산업진흥원장 등을 지냈다. 미국계 벤처 투자회사인 VC 이스트 게이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한국법인 대표를 역임했다. 전형적인 ‘금융통’으로 꼽힌다.

 

항공업계 문외한이었던 최 부사장은 2012년 LCC(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에 사장에 선임됐고, 올해 초까지 3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2015년 11월 제주항공의 증시 상장(IPO)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국내 항공사로는 무려 16년 만에 증시에 입성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최 부사장은 현재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글로벌 기업간 협업 등 신규 사업 확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영 강화는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의 경영철학이자 근본적 혁신을 뜻하는 '딥체인지(근원적 변화)'를 강조하며 방법론으로 강조한 중점 과제 중 하나다.